흥부기행이라는 이색 여정에 동참했다. 흥부의 출생지(전북 남원시 인월면 성산마을)와 발복지(남원시 아영면 성리마을)로 고증된 현장을 찾고 흥부설화가 주는 교훈을 되새겨 보는 모임이다. 1997년에 시작돼 98년 한해를 거르고 올해로 여섯 번째인 흥부기행의 이번 주제는 '나눔'. 배금주의자인 형 놀부의 행패에 시달리면서도 부자가 된 뒤 착한 마음을 잃지 않고 나눔을 행동으로 옮긴 흥부를 각박한 오늘에 비춰 보는 것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과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사회 기부문화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간이 심포지엄도 곁들여졌다.■ 남원시내 광한루원의 완월정에서 진행된 심포지엄에는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영호 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전 산자부 장관)과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 아시아 경제를 전공하는 미국 이코노미스트 캐시 울프 여사가 주제발표를 했다. 김 이사장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 흥부는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면서 "기업가와 노동자, 가진 자와 그러하지 못한 자가 공존할 수 있는 새 모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노동자를 생산의 도구이자 돈을 벌어다 주는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기업풍토가 절실하다"면서 그 예로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를 들었다. 울프 여사는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이미 한계점에 와 있다"면서 "1929년 대공황과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 등 아시아권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남원으로 가는 도중 전북 임실군 덕치면 섬진강가에서 이곳이 고향이고 이곳에 살고있는 김용택 시인으로부터 이 마을을 소재로 한 자연사랑 얘기를 들었고, 저녁에는 경남 함양군 수동면 삼봉산 자락에 있는 인산동천에서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박원순 변호사와 나눔이 주는 즐거운 체험을 함께 했다. 박 이사장은 "조그만 힘이 세상을 바꾼다"면서 "세상에 나눌 수 없는 가난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광주 5·18묘역을 참배하고, 해남으로 가 고산 윤선도의 녹우당을 둘러본 뒤 대흥사에서 주지인 몽산스님의 법어를 들었다. 일행은 전·현직 고위공직자에서부터 기업인, 탈북인사 및 시민단체관련자, 평범한 시민 등 다양했다.
■ 동북아 평화센터 김성재 사무국장은 "흥부설화는 강남제비가 전해주는 동북아 평화정신, 박이 말해주는 벤처정신, 화해정신, 환경사랑 등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판소리와 설화 등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 해석, 교훈을 얻자는 움직임이 반갑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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