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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관 시인 첫 시집 '햇살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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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관 시인 첫 시집 '햇살무리'

입력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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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시인이자 영문학자였던 설정식(1912∼1953)의 아들 설희관(57) 시인이 첫 시집 '햇살무리'(책만드는집 발행)를 냈다. 5년 전 월간 '현대시학' 등단을 전후해 쓴 60여 편의 작품을 묶은 이 시집에는 시인의 말대로 '한 마리 나이배기 연어의 담담한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그 이야기는 '네 살 때 북으로 가출한' 아버지와 '한평생 얼굴에 화장 한번 안 하시다/…불쌍하게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으로 시작한다.

얼굴도 기억 나지 않는 아버지는 '이데올로기의 홍수' 속에서 '아들보다 어린 마흔 하나에/ 세상에서 밀려난 불쌍한 시인'이다. 홀몸이 된 어머니의 삶은 가난이라도 붙잡아야 할 만큼 고생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여러 시편에서 시인은 한결같이 어머니에게 '용서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가족과 친구들, 그가 30년 가까이 인생을 보낸 한국일보 사람들에 대한 추억(그는 현재 한국일보 50년사 편찬준비위원장이다)을 담은 시도 여러 편이다.

그의 시는 노을처럼 저물어가는 자신의 인생을 소박하고 담담하게 반성할 때 특히 반짝인다. 마흔 아홉에 시 쓰는 자신을 두고 '허물 벗어놓고 뿔뿔이 놀러 나갔던/ 내 영혼의 단어들이/ 하나 둘 셋 넷 집으로 돌아와/ 가지런히 줄을 선다'고 할 때나, 세상 일에 마음이 무거우면 '오늘도 구파발행 전동차 좌석에/ 온갖 스트레스 잔뜩 내려놓고/ 시치미 딱 떼고 볼일이라도 있는 듯/ 어슬렁어슬렁 바깥 세상으로 나온다'고 할 때 일상에서 차오른 그의 시어는 특유의 진실함으로 빛난다.

'경회루에서 잉어밥 파는 수위가 되어/ 하루에 시 한 편씩 쓰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은 또 얼마나 소박한가. 생의 풍경을 차분하게 그려낸 서정 가득한 시집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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