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별반 생각나는 것이 없다면 분명 문제다. 이를 고칠 수 있는 묘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과연'이라는 말을 넣으며 읽는 독서법. 즉, 어떤 문장이든지 '과연 …일까?' 식으로 바꿔서 읽든지, '과연 그러한가?'라는 문장을 덧붙이며 의문형으로 읽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우리 헌법의 1조를 읽는다면, "과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일까?" 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다. 과연 그러한가?"식으로 읽어 보라는 것이다.이렇게 읽으면 평소 당연하게 생각하며 지나치는 태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고정관념과 편견, 선입견 등에서 벗어나 늘 무엇이든지 곱씹으며 사물과 현상의 본질에 접근하는 능력과 자세를 본격적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과연∼?' 독서법은 흔히 논쟁의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치',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의문을 품게 해준다. 당연히 토론과 논술과 같은 활동에 가장 기본이 되는 사고활동을 촉진한다. 대개 인정하는 기존의 것들이나 견해가 엇갈리는 '사실'과 '가치', '방안'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자 생각하는데 디딤돌을 얻는 것이다.
'과연∼?' 독서법의 안성맞춤 텍스트는 바로 고전 작품이다. 잘 알려져 있어 집단적 고정관념이 된 고전 독서체험에 대해 '과연'이라는 말을 넣으며 문제제기를 해 보는 것이다. 책을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더라도 쉽게 관심을 유발하고 작품을 새롭게 읽을 수 있다. 가령 '과연 심청은 효녀인가' '과연 흥부는 착한 사람인가?' '과연 온달은 바보인가?' '과연 홍길동은 의인인가?' 등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고전 속 인물에 대해 의문형으로 읽어 보자. 각각 '심청은 자유 의지의 인물이다' '흥부는 봉건적 무능력자다' '온달은 여성 영웅인 평강과 함께 남자 영웅이다' '홍길동은 적서차별제도에 순응한 인물일 뿐이다' 등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최근 우리 고전을 새롭게 펴내는 경우가 많아 반갑다.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운영전)과 '사랑 사랑 내 사랑아'(춘향전) 등의 '국어 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전국국어교사모임, 나라말 출판사 발행), '구운몽'과 '숙향전' 등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시리즈'(현암사 발행), '토끼전'과 '심청전' 등의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창비 발행), '북학의'와 '하멜표류기'(사진) 등의 '오래된 책방 시리즈'(서해문집 발행)….
각각 특색 있게 우리 고전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펴낸 알찬 성과물이다. 읽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고전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신문을 활용하는 것도 무난하다. 각 면의 굵직한 기사 제목들을 '과연∼?' 독서법을 활용하여 읽어 보는 것이다.
'과연∼?' 독서법은 결국 문제의식을 가지며 글과 책, 세상을 읽는 독서법이다. 문제의식을 갖고 비판적 사고와 창조적 사고로 탄탄하게 무장한 영혼들, 그 영혼들이 미래와 사회를 바람직하게 바꾼다. 이 글 역시 '과연'을 넣어 읽어 봐주길.
/허병두 책따세 대표·숭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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