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이비인후과 안 다닌 곳이 없어요. 이 약 저 약, 1주일씩 2주일씩 먹어도 낫지를 않아요. 축농증이 있으면 공부도 안 된다는데, 그냥 놔둘 수도 없고, 계속 약을 먹일 수도 없고, 어떡하죠? 수술을 해야 하나요?"약으로 잘 낫지 않는 만성 축농증(부비동염) 어린이의 부모가 흔히 털어놓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약을 꾸준히 먹지 않는 잘못된 습관이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조중생 교수는 "어린이 축농증은 보통 2∼3주 약물치료로 치료됐는데 이제는 약이 듣지 않아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며 "감기에 걸렸을 때 하루 이틀 약을 먹고 증상이 나아지면 끊어버리는 습관으로 인해 항생제 내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조 교수가 1999년 수술한 어린이 축농증 환자는 17명에 불과했지만 2001년 53명, 2003년 66명으로 5년새 4배나 급증했다. 축농증으로 진단받은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 환자의 숫자도 1999년 1,104명에서 2003년 2,999명으로 3배나 늘었다.
"축농증 치료는 기본적으로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 복용입니다. 혈관수축제나, 코를 깨끗이 세척하는 치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치료입니다. 하지만 숱한 항생제가 무슨 소용입니까. 페니실린계가 듣지 않는 경우는 아주 흔하고, 세팔로스포린계, 마크로라이드계 등 다른 항생제도 효과가 없는 환자가 많습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항생제는 일단 먹기 시작하면 열흘 정도 꾸준히 먹어서 병원균을 박멸해야 하는데 2,3일 감기약 먹고 끊으니 내성만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 축농증에 쓸 약이 없는 거죠. 의사가 그만 오라고 할 때까지 병원을 찾아야 이런 일이 안 생깁니다."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알레르기 질환의 급증 추세와 맞물려 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교생 체격·체질 검사 결과에 따르면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는 학생은 초등학생 0.6%, 중학생 1.4%, 고교생 2.5%로 5년 전보다 30%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의 경우 6세 안팎의 나이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기기 쉽다.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면역체계가 완전히 자기 것으로 대체되는 시기라 면역기능이 불완전한 데다가 유치원이나 학원 같은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 외부의 여러 알레르기 물질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어린이의 경우 코막힘보다는 재채기나 콧물과 함께 눈 아래가 멍든 것처럼 퍼렇거나, 코를 자꾸 비벼서 빨개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동반한 축농증은 약물치료의 효과가 떨어진다.
아이에게 축농증이 의심되는 증세가 나타나면(표 참조) 만성화하기 전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은 뒤 먼저 약물치료를 받아본다. 약물치료는 3∼6주 꾸준히 받아야 한다. 약물의 효과가 없으면 몇 차례 약을 바꿀 수도 있다.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수술로 염증 부위를 모두 긁어내는 방법이 있다. 최근엔 내시경으로 1시간에 끝나고 1주일이면 완전히 회복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우리 아이 축농증일까?
열흘 이상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가래 끓는 기침을 하거나 '음음' 소리를 낸다
누런 코가 계속 나온다
코피를 자주 흘린다
자주 머리가 아프다
잠잘 때 코를 골거나 입으로 숨을 쉰다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코를 킁킁거리거나 자주 후빈다
■코 건강 이렇게 지킨다
1.따뜻한 김을 들이마신다
물을 데워 대야에 담고 고개를 숙여 따뜻한 증기를 들이마시면 코부터 목까지 촉촉해지고 가래 등 분비물이 잘 나온다. 증기가 새 나가지 않도록 타월로 대야를 둘러싸고 증기를 마시면 효과적이다. 아로마 오일 중에서 페퍼민트나 유칼립투스를 1∼2방울 떨어뜨리고 들이마시면 더욱 효과적이다. 단 임산부, 고혈압 환자, 간질 환자는 아로마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
2. 코피 막으려면 바셀린
코피가 자주 나는 경우 바셀린과 같은 윤활제를 면봉에 묻혀 콧속에 발라준다. 참기름 한 숟가락과 소금 한 숟가락을 섞어 따뜻하게 한 뒤 천이나 약솜에 묻혀 콧구멍 주위를 5∼10분 정도 문지르는 것도 코피를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이다.
3.실내건조를 막는다
가습기를 틀어 실내습도를 50% 정도로 유지한다. 너무 습하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습기를 가까이 두는 것은 피한다. 또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4.코를 풀지 않는다
콧물이 흐르거나 코가 막혔을 때 코를 세게 푸는 것보다 젖은 수건, 물티슈 등으로 살짝 닦아내는 것이 좋다. 코를 세게 풀거나 후비는 습관은 코 점막을 자극한다.
5.실내공기를 깨끗하게
담배, 먼지, 꽃가루 등은 알레르기성 비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가능한 한 실내 공기를 깨끗이 유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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