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력서]공동善 지킴이 서영훈 <25> 흥사단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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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공동善 지킴이 서영훈 <25> 흥사단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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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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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사단 이사장에 취임한 뒤 흥사단 아카데미 운동을 어떻게 도와나가느냐 하는 과제가 고민으로 떠올랐다. 흥사단 아카데미운동은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선생이 미국에서 흥사단 운동을 시작할 때 운동 명칭을 영어로 '영코리안아카데미'(Young Korean Academy) 라고 명명한 데 근원을 두고 있다.아카데미 운동이 본격적으로 다시 부활한 것은 1963년 주요한(朱耀翰) 선생이 이사장을 할 때였다. 주 선생은 아카데미를 재건함과 동시에 '새벽'이라는 잡지를 창간했고 도산전서도 저술했다. 아카데미운동은 뒤에 '사상계' 주필을 지낸 안병욱(安秉煜) 숭실대 교수에 의해 더욱 활기를 띠었다.

그러다 공화당 정권 말기에 오면서 아카데미 회원들은 차츰 박정희(朴正熙) 정권의 독재에 비판적이었고 각 대학에서도 반독재 저항운동에 앞장섰다. 이용설(李容卨) 박사나 주 선생의 뒤를 이은 흥사단 본부 지도층과 아카데미 세력 간의 조직적 연계도 약해지면서 아카데미는 차츰 공안 당국의 감시대상이 돼갔다. 그러던 중 마침내 터진 사건이 1981년 전민학련(全民學聯)과 전민노련(全民勞聯) 사건이다. 전민학련과 전민노련을 연계해 전두환(全斗煥)정권에 대한 강력한 저항운동을 추진하려던 주동자들을 서울시경 대공분실이 오랫동안 추적한 끝에 검거, 일벌백계로 중형을 언도했던 것이다.

내가 이사장에 취임한 직후 무기형을 언도 받은 이태복(李泰馥)군의 부모님을 비롯한 아카데미 출신 수형자 가족들이 나를 찾아와 사건의 진상을 이야기하며 석방 내지 감형운동을 추진해 달라고 했다. 이 군을 주모자로 하여 전민학련 쪽에는 서울대의 박문식 이선근, 이화여대의 홍영희, 전민노련에는 신철형 유동우 등이었다.

이들의 변호사도 만나보고 재판 기록도 훑어보니 중형을 받을 만한 죄는 아니었다. 단지 새로 출범한 전두환 정권이 반정부세력을 일소하기 위해 일벌백계로 내린 최초의 철퇴를 맞은 것이었다. 나는 대전 교도소로 몇 차례 이태복군 면회도 다녀오고 윤보선(尹潽善) 전 대통령 등 각계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 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법무장관인 배명인(裵命仁) 씨에게도 여러 차례 사면 조치를 요청했는데, 억울한 것은 인정하지만 국가보안사범은 일단 판결이 나면 대단히 어렵다는 답변이었다. 그 후 4,5년을 더 복역한 끝에 87년 6·29선언 이후에야 풀려난 이 군은 노동신문을 창간해 운영하다가 민주당 내각 말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맡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

아카데미 출신 중 이념성과 저항정신이 강한 권운상(權雲祥)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광주사태의 진상을 알리려고 유니버시아드 대표를 뽑는 행사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을 폭파하려 했다는 혐의로 붙잡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그의 주례를 서준 일이 있는데, 약혼자도 흥사단원인 이은숙(李恩淑)이라는 여성이었다. 주례석에 섰는데 신랑 어머니가 운동권 여자와 결혼 안 시킨다고 양친이 참석을 거부해 30여분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흥사단 강당에선 운동권 출신들의 결혼식이 많았는데 문익환(文益煥) 목사가 주례를 제일 많이 섰고 주례사도 전의(戰意)를 북돋우는 내용이 많아 때로는 하객이 퇴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70,80년대 반정부 세력이던 아카데미 진영은 이후 사회 각계에 진출했다. 현재 정계에는 열린우리당의 이상수(李相洙) 조성준(趙誠俊) 이계안(李啓安) 김성곤(金星坤) 민병두, 한나라당의 황우여(黃祐呂) 권철현(權哲賢), 민주당의 설훈(薛勳) 김충조(金忠兆) 의원 등이 있다. 학계에는 이윤배(李允培·순천향대) 박의수(朴義洙·강남대) 박기안(朴基岸·경희대) 이찬기(李贊基·영남대) 박만규(朴萬圭·전남대) 백두권(白斗權·고려대) 교수 등이 있고 재계에는 김재실(金在實) 전 산은캐피탈 사장이 생각난다. 김대환(金大煥) 노동부장관, 전 흥사단 이사장인 김종림(金鍾林) 이대형(李大亨), 인도주의 의료봉사에 앞장서고 있는 양길승(梁吉承) 박사, 한국평생교육연합회 회장이며 공선협 집행위원장인 박인주(朴仁周) 등도 아카데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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