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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미디어 토론시장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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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미디어 토론시장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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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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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의 매일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의 일상 관심사에 대하여 동영상 토론, 사이버 토론을 하는 시대다. 대중은 쉽게 정보를 얻고 의견을 말할 수 있다.반면에 학문은 100년 전부터 분야가 특화되기 시작한 이후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전문 학자는 특정 분야에 한정된 지식과 아이디어 개발에 매인다. 때문에 학자가 대중성과 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미디어 시장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 경향의 교차는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전문 학문 분야에 있어서도 외모와 언변에 대중성이 있으면 미디어 지성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해설과 평가를 통하여 대중영향력을 높여서 미디어 지성인 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너는 이런 지성 시장의 변화를 재빨리 인식하고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 연방항소법원 판사이자 교수이다. 그가 2001년에 발표한 '대중지성인―퇴락 연구(Public Intellectuals―A Study of Decline)'에 따르면 지성인은 고전적 전형적 지성인과 대중지성인 특히 미디어지성인으로 나뉜다.

고전적 지성인은 역사 철학 과학 등의 폭 넓은 지식과 도덕성을 지녀 사회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현자이다. 뿐만 아니라 시대적 관심사에 대하여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 토론, 전망 등을 함과 동시에 저술을 한다. 포스너가 말한 최초의 고전적 지성이자 대중지성인은 소크라테스이다. 볼테르, 밀,듀이, 오엘이 그 뒤를 잇는다. 오늘날은 과학을 쉽게 설파한 와인버거, 사회철학이론을 정립한 롤스와 노직 그리고 자유분방한 손탁을 꼽는다.

대중지성인 특히 미디어지성인은 TV, 인터넷 그리고 신문에서 시사적 관심사를 해설하고 평가하는 시사평론가로 정의되기도 한다.대표적인 20세기 말 미디어지성인은 키신저, 모니이헌, 크롱카이트 등이다. 대중적 인지도와 호소력으로 초보적인 지식만으로도 전문 분야에 대해 좋다 나쁘다는 의견을 밝혀 대중의 인식과 선택을 좌우한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우리의 현실도 많은 경우 대중은 사실과 과학적 검증을 거친 지식보다 미디어지성인의 해설에 나타난 희망사항과 전망이 주는 호소력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또 미디어지성인이 제시한 논리와 사실 또는 예측이 맞지 않아도 대중적 망각증으로 인해 지성인의 책임은 면제된다.

그렇다고 미디어지성인의 토론이 고전적 대중지성인의 지식과 철학보다 추상성, 상상력, 종합성에서 앞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세련되고 높은 호소력이 세분화된 학문의 전문성, 과학적 사실, 전망을 하잘 것 없게 만든다. 이 때문에 젊은 지성을 전문 학문 시장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유인은 계속 줄어든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학자로서 미디어시장에 참여하는 유명인, 시민운동가로서 정치·사회에 영향력을 높인 분, 그래서 이를 정계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 경우이다. 반면 순수 학자로서는 노벨상 수준의 독보적 학문 업적을 세운 황우석 교수를 들 수 있다.

진정한 학문적 성취와 자기성찰에 있어서는 지적 호기심 이외에 사회적 성취도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성취도를 부수적 목적으로 하는 경우 학문의 길은 외롭고 고달플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인류와 국가발전에 필수적인 과학기술 그리고 순수학문 분야일수록 미디어지성인 시장의 사각지대이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이러한 순수학문 시장 참여를 기피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다.

미디어지성이 각광을 받고 전문성은 소외되기 쉬운 지금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역사, 철학, 법, 경제·사회 분야에 깊은 안목을 지닌 학자는 미디어시장 참여의 길에서 멀어진다.

그 결과 미디어시장 토론에서 보이는 단편적 감성은 자칫 순간을 위한 것으로 남는 데 반해 영원을 위한 진리 창출의 길은 멀어질지도 모른다. 이것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미디어지성 시장의 그림자이다. 이 그림자를 지울 수 있는 지혜는 없을까.

/전철환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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