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용천참사에 나라 안팎이 전에 없이 적극적 구호와 지원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김정일 암살음모설에 집착하거나 북한의 후진성과 폐쇄성부터 탓하는 낡은 습관은 남아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포애와 인도주의를 앞세우는 대응은 그만큼 달라진 인식을 보여준다. 성급하게 여길지 모르나, 이런 변화를 토대로 북한의 낙후한 철도와 의료시설 등 사회 인프라 개선을 지원하는 문제도 논의할 때가 왔다고 본다.북한의 낡은 인프라를 걱정해야 할 이유는 재난구호와 복구지원만으로 비슷한 참사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철도는 워낙 낡아 대형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은 일찍부터 지적됐고, 남북철도 및 대륙횡단철도 연결에도 장애요소다. 북한철도 개선은 북한주민의 복지를 넘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도 커다란 이해가 걸린 문제다.
의료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북한 용천을 시찰한 유엔 국제조사단은 모포와 식량 등 일반 구호품은 북한이 감당하고 있다며, 의료시설과 인력 등이 태부족하다고 전한다. 우리 정부와 사회의 구호품 지원이 동포애는 전하겠지만, 절박한 그들에게 실질적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번 참사가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이 기본적 의료혜택이나마 누리도록 돕는 것은 식량지원과 마찬가지로 통일 뒤 국민 건강수준과 의료비용 부담까지 고려한 장기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열린 인식을 실천하는 데는 북핵문제가 상징하는 장벽이 완강하다. 그러나 개성공단처럼 당장 이익되는 사업만 추구하는 것은 속 좁은 단견이다. 북한의 인프라가 완전히 주저앉지 않게 하는 것은 통일비용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북핵 카드를 쥔 미국 눈치만 살피거나, 저마다 김정일과의 회담만 외칠 일이 아니다. 긴 안목으로 북한과 민족의 장래를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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