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장을 대표하는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의 수장이 모두 공석인 상황이 발생했다. 예술의전당 김순규 사장이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채 9일로 3년 임기를 마친 데 이어, 세종문화회관 김신환 사장까지 임기를 1년 반 가량 남기고 21일 갑자기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예술의전당 사장 임명권을 가진 문화관광부는 후임자로 10여명을 검토했으나, 탄핵 정국에서 총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정국까지 겹쳐 적임자를 찾기 어려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정치권 실세와 친인척 관계이면서 각각 공연단체를 이끌고 있는 신 모, 정 모씨가 거론되면서 이른바 '코드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문화관광부의 설명이다.
세종문화회관 사정은 더 복잡하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은 "김신환 사장이 건강 상의 이유로 지난 연말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극장 재개관 준비로 유보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최근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무용단의 단장 선임 문제와 관련해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투서가 있었으며 김 사장이 이로 인해 서울시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임 배경에 관한 의혹이 무성하다. 사표를 내자마자 바로 수리된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이철수 서울시 경영기획실장이 사장 직무를 대리한다.
김신환 사장의 중도 하차는 일부에서 예견했던 바이기도 하다. 성악가 출신인 김 사장이 예술기관을 경영할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계속 있었고, 실제로 취임 후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인사를 단행, 조직이 수시로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 갈등은 결국 서울시향 지휘자 곽 승씨 해촉 사건으로 이어지는 등 세종문화회관은 내내 삐그덕거렸다.
누가 후임이 되든, 두 공연장이 갖는 위상에 걸맞게 예술적 안목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인사가 와야 한다는 것이 공연계의 바람이다. 정치적 입김이 끼여들거나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발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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