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3일 "의장 임기 2년을 다 채울 생각이 없다"며 의장직 을 조만간 사퇴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새정치실천위원회에서 한 달 안으로 당헌·당규 개정 등 체제 정비의 밑그림을 완성하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임시 전당대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측근들은 "정 의장은 다시 의장 경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정 의장 퇴진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정 의장은 사퇴 시점을 명확히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 뒤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개각에서 정부직을 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개각 전에는 의장직에서 물러날 개연성이 있다. 또 당 체제정비 일정 등을 고려하면 개각과, 전대 소집 공고 시점이 대충 일치할 가능성이 커 결국 내달 말쯤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정 의장의 사퇴결심은 우선 우리당이 원내 과반정당으로 발돋움한 만큼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시에 여권내 유력한 차기대권 주자로서 잠시 2선으로 물러나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장기 구상도 엿보인다. 비례대표 후보직 사퇴로 원외가 될 그가 원내정당화 쪽으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당을 계속 끌고 나가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퇴 후 진로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한동안 공백기를 가지며 '노인폄하 발언'의 상처를 씻어낸 뒤 이르면 올 하반기 실시될 재·보선에 출마하는 것과 통일부 장관 등 정치·행정분야 각료로 입각할 가능성이다. 먼저 입각해서 행정경험을 쌓은 뒤 재·보선에 출마하는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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