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듭니까?"직장인 김모(38)씨는 며칠 전 서울시에서 발급받은 승용차 자율요일제 스티커를 차창에 붙이려다 짜증이 났다. 자동차용 스티커가 보통 차 유리 안쪽에 붙이도록 되어있는 것과 달리 자율요일제 스티커는 모두 차창 바깥에 붙이게 돼 있었던 것.
"아니, 종이스티커를 바깥에 붙이면 비가 올 땐 어떡합니까? 세차할 때도 그렇고, 누가 떼어가도 방법이 없잖아요." 김씨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을 왜 항상 공무원들만 무심히 지나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찼다.
그러나 여기에는 서울시 공무원 그들만의 '깊은 뜻'이 있었다. 시행 초기 차창 안쪽에 붙이도록 만들어졌던 스티커가 은근 슬쩍 밖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은 지난해 11월. 시 관계자는 "이 스티커는 실크 종이로 만들어져 물에 젖지도 않고, 초강력 접착제를 써서 쉽게 떨어질 염려도 없다"며 "안쪽에서 붙이는 방식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아 부착방식을 바꾸었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관공서에 온 김에 자율요일제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많은데 그럴 때 공무원들이 차량에 직접 스티커를 붙여주면 시민들도 편리하지 않느냐"는 반문 속에 들어있었다. 안쪽에 붙이는 방식이 불편한 것은 시민들이 아니라 공무원들이었던 셈이다.
서울시로서는 지난해 7월부터 의욕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자율요일제가 교통난 해소에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더 참여자를 늘리는 일이 절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편의야 어떻든 실적 올리기에 도움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은 행정편의주의라는 해묵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우리 공무원들의 눈높이와 수준이 그 정도는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박선영 사회2부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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