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TOEIC)시험과 서울대가 주관하는 텝스(TEPS)시험에서도 대학 편입학 시험에서 저질러진 것과 같은 '무전기 커닝'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3일 무전기로 정답을 불러주는 방법으로 대학 편입학 부정시험을 주도한 주모(30·구속)씨가 자신이 부정 편입학 시킨 학생 83명 중 20여명에게 지난해와 올해 TOEIC과 TEPS시험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부정시험을 치르게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주씨의 도움으로 2003년 전반기 편입학시험에서 H대 영어과에 합격한 이모(24)씨 등 2명은 같은 해 8월 TOEIC시험에서 주씨 및 서울대 졸업생인 영어 실력자 박모(27·구속)씨와 공모, 무전기 커닝을 통해 980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K대에 부정 편입학한 신모(26)씨 역시 올해 2월 TOEIC시험에서 같은 방법으로 955점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주씨의 도움을 받아 TOEIC시험을 치른 응시생들 중 8명이 950점 이상, 5명이 900∼945점, 3명이 850∼895점의 고득점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H대에 부정 편입한 권모(24)씨가 올 4월 TEPS에 응시, 925점을 받는 등 TEPS시험에서도 3명이 부정행위를 통해 고득점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행위 방법은 대학 편입학시험과 마찬가지로 영어 실력자 박씨가 위장 응시해 듣기평가 문제는 실시간으로, 독해 문제는 시험종료 10분 전에 무전기의 신호기를 눌러 가르쳐주는 수법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주씨는 부정 편입학 학생들에게 재차 접근해 TOEIC 등을 보게 한 뒤 고득점을 받을 경우 후불로 1인당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주씨와 영어 실력자 박씨는 2001년 TEPS시험을 치르다 부정행위로 적발돼 1년간 응시 자격이 정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TOEIC·TEPS시험이 객관식이고, 한 곳에 많은 응시생을 모아 놓고 시험을 진행해 허점이 노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영어시험이 주요 국가고시의 영어시험 대체과목으로 정해져 있고 국내 대다수 기업들의 중요한 입사·인사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시험점수를 국가고시나 입사용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사법·외무고시는 2004년, 행정고시는 2005년, 공인회계사(CPA)시험은 2007년부터 영어시험을 TOEIC과 TEPS로 대체하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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