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강인숙(71·건국대 명예교수·사진) 영인문학관장이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담은 산문집 '아버지와의 만남'을 냈다. 평론가로서의 객관적 시각으로 아버지의 인간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분석한 이채로운 사부곡(思父曲)이다. 강 관장은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부인이다.그는 "나는 삶의 첫머리에서 아주 난해한 어른을 만났다. 아버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아버지 같은 인물을 만난 적이 없다"라며 "아버지는 희귀종 인간이었고, 그래서 보통 자로는 잘 재지지 않는 유형이었기 때문에 나의 인간 연구는 아버지를 중심축으로 하여 회전했다"고 돌이켰다. "아버지는 쾌락주의자였으며 동시에 박애주의자였다"고 말하는 그는 "이 글은 아버지에 대한 송덕(頌德)의 글도, 그리움의 표백도 아니다. "고 말했다.
함경남도 갑산군에 살았던 강 관장의 아버지는 신혼 초기였던 19세 때 3·1운동에 연루돼 투옥됐고, 광복될 때까지 25년간 일제 형사의 감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다른 직업을 갖지 못하고 평생 사업가로 살았다. 강 관장은 아버지가 만주에서 독립운동하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둘째 부인을 데리고 나타났던 일 등을 회고하며 "아버지를 독해하는 일은 지난한 과제여서 칠순이 지난 나이에도 '아버지와의 만남'을 되씹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음식, 옷 치장, 춤추기, 여행, 도박을 즐겼고 무엇보다 여자를 사랑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던 아버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미운 사람이 하나도 없는 세월을 살다 가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일이어서 부럽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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