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원지나 놀이공원의 식당은 왠지 맛과는 거리가 있을 듯 싶다. 어차피 사람들이 찾아와야 하니 특별히 음식 준비에 정성을 기울일 것 같지 않아서다.하지만 어디든 예외는 있다. 과천 서울랜드 안에 있는 한식 레스토랑 ‘장미의 언덕’은 맛으로 승부한다. 위치도 정확히 말하면 서울랜드 안이라기보다 끄트머리에 있다. 후문 옆에 자리잡은데다 놀이공원의 담벽을 끼고 있어 서울랜드 밖에서도 출입이 가능하다. 공원 입장객만 올 수 있는 곳이라는 편견을 깬다.
종전 일반 고깃집인 거북성으로 불리던 이 곳은 2년전 새 단장했다. 와인을 함께 할 수 있는 고기와 한식 메뉴가 컨셉. 한식집인데도 대형 와인셀러를 갖추고 둥그런 복도 벽면은 온통 와인병으로 꽉 차 있다.
재오픈과 함께 시내의 유명 한식당 ‘신정’과 한우리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전창희 조리이사가 주방을 책임진다. 롯데호텔과 한우리에서 경력을 쌓은 김병식 지배인은 “맛과 인테리어 뿐 아니라 고급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한다.
식사 전 애피타이저로 인기높은 로스편채는 전씨의 실력을 맛으로 느끼게 해준다. 한우의 채끝 부위(등심 가장자리)를 훈제한 뒤 냉동시켰다가 다시 약간 녹여 얇게 썰어 내놓는다. 한점 깔고는 그 위에 잘게 썬 깻잎과 양파조각 피망 무순 마늘을 얹고 돌돌 말아 입에 배어 물면 시원한 맛이 그대로 전해 온다. 보통 로스편채는 날고기나 육회처럼 보여 못먹는 사람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그럴 것 같지 않다. 고기가 녹아버릴까 걱정하기도 전에 다 집어먹기 일쑤.
꽃등심이나 생등심, 생갈비 등 고기류를 시키면 고기가 촉촉해 보인다. 육즙이 넘치는 듯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데 와인으로 숙성시킨 탓이다. 원주에서 직송한 참숯불에 구우면 고기 살점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해진다. 특히 등심 중에서도 마블링이 잘 된 부위만 골라낸 꽃등심은 물량이 딸려 주문해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식사를 하다 문득 창 밖을 내다 보면 대공원 호수를 끼고 각종 놀이기구가 들어서 있고 뒤로는 관악산과 청계산이 한 눈에 들어 온다. 각종 조명과 레이저쇼가 휘황찬란한 밤에는 야경이 더 멋지다.
식사 메뉴로는 게장 오곡밥이나 냉면이 맛있다. 신선한 게로 담근 게장은 그리 짜지 않으면서도 상큼한 맛을 100% 보장한다. 원래 미식가로 소문난 이 레스토랑 최형기 사장이 조금이라도 상하거나 맛이 이상하다 싶은 게장은 당장 직원들이 먹어 치우도록 하기 때문이다. 감자와 고구마 반죽으로만 직접 면발을 뽑아 내는 냉면도 감칠맛 나면서도 시원하다. 포장을 안해 주는데 어떤 고객은 입원한 병원에서 특별히 이 집 냉면을 주문한 경우도 있다. 음식들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와인 30여종과 잘 어울린다.
/박원식기자
●메뉴와 가격/ 점심특선 런치샤브샤르르 1만3,000원. 소고기 국수전골 1만3,000원. 로스편채 2만5,000원. 등심 2만5,000원부터, 갈비 2만2,000원부터. 수삼과꿀, 로스편채, 기본찬, 꽃등심과 새송이, 전유화, 간장게장이나 홍어회, 오곡밥 또는 냉면, 후식 등 으로 구성된 코스요리는 3만2,000원부터.
●영업시간 및 휴일/ 매일 밤 10시까지, 연중무휴.
●규모 및 주차/ 좌석 2층 200석, 1층 250석. 주차 300여대.
●찾아가는 길/ 서울랜드 후문에서 현대미술관 가는 길로 200m
●연락처/(02)504-5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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