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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민주노동당

입력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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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좋아하는 한국인들, 총선 후 일주일이 지난 아직도 선거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번 총선결과에서 단연 돋보이는 화제는 민주노동당이다. 운동을 통해 훈련되어서인지 TV토론에서 당선자들의 논리는 정연하고 그 비유가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이번에 의석을 얻은 노회찬씨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향해 "수고하셨으니 이제 쉬십시오. 우리가 대신하겠습니다"라며 야당 '판갈이론'으로 유명해졌다. 탄핵역풍 하나로 의석수를 많이 얻은 열린 우리당을 '가불론'이라든가 "대전까지 차표 끊고 부산까지 공짜로 간 건 무임승차"라고 풍자한 민노당 사람들의 입담은 압권이다.■ 시간이 갈수록 민노당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것 같다. 민노당 의석은 10석이다. 총의석의 3.3%로 현행 국회법 아래서는 원내교섭단체도 만들 수 없는 미약한 숫자다. 그러나 17대 국회가 개원했을 때, 전국적인 고른 득표율 13%와 노동세력을 업은 그들의 목소리는 만만찮을 것이다. 교섭단체 구성도 성사시킬지 모른다. 지식인들이 좋은 직장을 두고 민노당 진영에 뛰어들고 당비를 내며 입당하는 사람이 즐비하다. 그들은 50년 묵은 국회의원의 특권과 관행을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다.

■ 그러나 쏟아지는 관심의 본질은 민노당이 한국정치를 이념적으로 어떻게 변화시켜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민노당은 그동안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만들어낸 노동자당을 많이 공부했다고 한다. 당 간부들이 직접 브라질을 여행하며 노동자당과 교류했다. 그래서 노동자당은 민노당의 원내진출을 보고 "민주적 좌파정당으로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자"는 축전을 보내왔을 정도다. 룰라 대통령의 노선을 가리켜 미국언론은 실용적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민노당의 뚜렷한 진보적 성격이 곧 여의도 의사당에서 시험을 받게 될 것이다.

■ 국민의 정치의식이 매우 역동적으로 변해가는 우리나라에서 정당의 고정적 기반이란 것이 덧없음을 이번 선거가 증명해줬다. 민노당이 브라질 노동자당의 세력확장 전략을 응용해간다면 '야당판갈이론'이 웃고 넘길 농담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까지 한국인의 투표성향은 양당제이다. 열린 우리당이 보수의 스펙트럼까지 이동하면서 집권을 하면 한나라당은 쪼그라들고 대신 민노당이 야당을 차지할 것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이 개혁적으로 변신하며 국민의 지지를 얻으면 열린 우리당이 샌드위치가 되면서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민노당의 촉매역할에 희망과 우려의 국민감정이 혼재되어 있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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