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세계 증시의 실질 재료로 부상하면서 종합주가지수 1,000 고지를 앞두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대다수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기대심리가 결국 지난해 이래 국내 증시 상승세를 견인해온 국제 유동성의 감소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반면 금리인상 우려로 미국 증시에서 이탈할 국제 자금이 오히려 강력한 실적호전 및 정보기술(IT) 모멘텀을 타고 있는 한국 대만 등에 대한 비중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와 주목된다.
우려 부각 뒤 아시아 증시 더 올라
SK증권 김준기 연구원은 22일 "최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이슈는 미국 등 선진 증시의 조정을 우려하는 국제 투자자들에게 아시아 우량 증시에 대한 상대적 선호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미국 금리 이슈가 외국인 추가 매수세를 자극함으로써 국내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이슈를 촉발한 2일의 미국 3월 비농업 신규취업 현황 발표 후 최근까지 다우존스지수와 대만 가권지수, 국내 종합주가지수 등의 등락 추이를 보면 이 같은 시각에도 설득력이 상당하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다우존스지수는 시장 전망치(12만여명)보다 2배가 넘는 30만8,000명 수준으로 집계된 미국의 3월 비농업 신규취업자수와 같은 기간 소매매출 급증 및 소매물가 상승 지표(13∼14일 발표) 등에 따라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확산되면서 이달 들어 56 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조정세를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증시는 거래소와 코스닥에 각각 3조1,091억원, 6,461억원의 외국인 순매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47.2 포인트 급등했다. 대만 가권지수 역시 286.76 포인트 상승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한·미 증시의 동조화 추세가 무너진 것도 국제 투자자금의 이 같은 반응에 따른 것"이라며 "최소한 미국 등 선진 증시의 과매도 인식이 부각하기 전까지는 아시아 증시가 상대적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혜 보다 일시적 '쇼크' 우려
반면 동원증권은 수혜보다는 일시적인 '쇼크'를 우려했다.
김세중 책임연구원은 이날 "금리가 인상될 경우 작년 이후 저금리, 달러 약세 환경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 이머징 마켓으로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사실이 점차 부각될 수 있다"며 "그동안 저금리로 차입해 고금리, 비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유행했는데, 앞으로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자금유출 압박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원증권은 이에 따라 최근의 강력한 실적 모멘텀 및 외국인 매수 종목의 확산 추세 등에도 불구하고 이달 종합주가지수 고점을 950으로, 2분기 고점을 980으로 설정하는 등 사실상 상반기에 지수 1,000선 도달 가능성을 배제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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