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러시아에 우리 작품을 알리는 데 여생을 바치고 싶습니다."지난해 김소월의 시를 처음으로 러시아어로 번역한 시선집 '진달래꽃'을 낸 김려호(76)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교수. 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지난 2월 방한해 넉 달 예정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한국의 근·현대문학이 러시아에 거의 소개되지 못했지만 소월 시선집 출간을 계기로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소월의 시를 처음 접한 러시아의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크게 감탄했습니다. 어떤 유명 시인은 김소월의 시가 보들레르보다 미학적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평할 정도입니다."
그가 이번에 한국에 온 이유도 '김소월론' 집필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해서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대표적 단편소설 20여 편도 번역 소개할 계획이다. 또한 모스크바 고문서관에서 찾아낸 러시아 장교 사바친의 명성황후 시해사건 기록을 토대로 명성황후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함남 함흥 출신으로 모스크바국립대에 유학해 노문학을 전공하고 1962년 구 소련에 귀화한, 광복 이후의 구소련 이주 1세대이다. 67년 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은 뒤 주로 일본문학을 러시아에 소개해왔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된 일본 문학은 많이 소개되고 읽혀지고 있는 반면 한국 문학은 그렇지 못하다"며 "문학으로서 한국어를 전공한 사람이 드물다 보니 번역자조차도 부족한 현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12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인 톨스토이 유품전의 전시 설명 번역 작업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추진해온 톨스토이 유품전이 이제야 성사됐다"며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교류가 보다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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