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과 입법권력을 모두 장악한 여권의 당정(청)관계는 어떻게 정립될까. 우선적으로 열린우리당이 소수 '정신적 여당'일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협력의 폭과 방법론에 있어서는 당정분리에 따른 역할분담론과 당 중심론 등의 미묘한 입장 차이도 존재한다. "더 이상 여당이 청와대의 시녀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또한 형성돼 있다.우리당과 청와대 인사들 대부분은 일단 당정이 긴밀히 협력하되 각자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역할분리론의 입장에 서 있다. 책임정치 차원에서 정책 분야는 철저히 협력하되 정치에서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김영춘 의원은 21일 "여당이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을 해서도, 정부를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 해서도 안 된다"며 "동지적 관계 속에서 균형 잡힌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시민 의원도 "정책부문에서 당 정부청와대 사이에 긴밀한 협조가 이뤄져야 하지만 대통령이 입당하더라도 당정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입당하더라도 정파적 이해에 개입하지 않고 당직도 겸임하지 않겠다"며 당정분리 원칙을 재확인하고, 정동영 의장이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긴밀한 당정협력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당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는 "이제 당은 청와대가 결정하면 추인하는 '노빠당'이 아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천정배 의원은 "대등한 협력관계를 전제로 하되 당이 더 주도해서 정부를 비판적으로 견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당 인사의 대거 입각이 필요하다는 시각과 연관돼 있어 당정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내심 불쾌해 하는 청와대측과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과반 여당 구도에서 가장 큰 과제는 여당이 청와대와의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위상을 획득하느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이 자생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선 독자적 정책 아젠다 개발이 가능한 효율적이고 강력한 싱크탱크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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