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봉태(67)씨는 고희가 멀지 않은 나이에도 늘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 자신의 색면추상 작품만큼이나 단순하고도 명료한 그의 스타일은 그대로 작업에 대한 젊은 열정과 연결된다.가나아트센터가 23일부터 여는 김씨 초대전 '창으로부터' 는 그의 이런 열정을 알 수 있는 현장이다.
1997년 이후 7년만에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그간 작업해온 '창문' 연작은 순수한 색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을 준다. 캔버스나 알루미늄 재질의 바탕에, 원색의 아크릴 혹은 자동차 도료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페인트를 가감없이 얹어놓았다. '빛의 작가'라는 형용에 걸맞게 강렬한 원색이다. 붓질의 자국, 그린다는 행위의 흔적조차 느끼기 어려운 밝고 깨끗한 색감이다.
1960년대 동년배 작가들이 앵포르멜 모노톤 회화에 천착해 작업하던 시기에도 그는 우리 고유의 오방색을 살려내려 했다. 한국 가을 하늘의 깊고 투명한 느낌에 20여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해 작업하면서 발견한 그곳의 찬란한 태양빛도 더해졌다.
김씨는 책에서 우연히 읽은 "세상을 어떤 창으로 보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뀌어진다"는 구절 때문에 '창문' 연작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출품작들은 사각의 정형화된 창문이 아니라 사각형에 삼각형이 잇대어진 것, 두개의 삼각형이 포개어진 것, 둘레에 가느다란 막대모양의 프레임을 얹은 것, 사각형 안에 삼각형 또는 직사각형을 넣은 것 등 다양하다. 때로 그 형태는 우리 전통 저고리의 동정이나 옷고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서 이런 형태와 강렬한 색상은 한 가지로 결합돼 한없이 퍼져나가는 '빛의 향연'이 된다. "내가 사용하는 색이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미지의 세계로 나가고 아울러 밝음, 광휘가 우리의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김씨는 60년대 초반 '60미협' 그룹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 63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오티스 대학에서 회화와 조각을 공부하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을 발표해왔다. 근현대미술사의 교과서로 널리 알려진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의 '아트 투데이(Art Today)'는 김씨를 백남준 하종현 김종학과 나란히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로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02)720―1020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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