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로 열린우리당 선거지도부를 대거 초청해 가진 만찬은 명백한 정치행보였다. 만찬에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입당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고 청와대 대변인이 미리 브리핑을 한 데서 회동의 정치적 비중은 이미 드러나 있다. 사실상 당원으로, 당을 지지하고 지원했던 노 대통령이 총선승리를 자축하고 선거 시 노고를 격려하는 일을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 며칠 사이 잇단 개별적 오·만찬 일정에 대한 이해는 이런 차원이었다.그러나 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하는 공식행사 성격의 만찬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노 대통령이 심정적 당원이자 사실상 당 지도자라는 사실과, 탄핵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법적 공식적 위상, 이 두 가지를 대단히 모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지지자이기 이전에 직무정지 상태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 대상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위반 여부다. 비단 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과반 여당의 정국에서 상생의 정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꼽는 것들에는 대통령의 초당적 국정관리가 중요하게 포함돼 있다. 이에 견주어 노 대통령의 정치행보는 너무 노골적이고, 속도도 과하다. 내용도 그렇다. 평당원의 지위와 당정분리를 강조하는 설명을 들여다보면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사에 불과함을 금세 알게 된다.
책임정치를 펴려면 대통령의 입당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엄연히 무당적 신분이다. 직무정지 상태의 무당적 대통령이 당에 대한 정치개입, 즉 정치활동을 조기에, 지나치게 하고 있다. 탄핵철회 논란 속에 대통령 직무복귀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뜻이 진하게 느껴진다. 아닌가. 그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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