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만년 꼴찌, 그 오명을 털어내는데 꼬박 4년이 걸렸다. 공중에서 뿌려지는 화려한 종이꽃가루와 울려 퍼지는 챔피언송은 꼴찌들의 반란을 축하하는 듯 더욱 화려하고 더욱 웅장했다. 맏언니 김지윤에서 막내 정미란까지 선수들은 한데 엉켜 마음껏 울음을 터뜨렸다. 김태일 감독과 이훈재 코치는 서로 부둥켜 안은 채 말을 잃었다. 2000년 4월 창단이후 7시즌 내내 최하위에 머물다 단숨에 정상을 밟은 감격은 그렇게 컸다.금호생명이 2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배 2004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4차전에서 잭슨이 28점을 넣고 14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원맨쇼를 펼친 데 힘입어 삼성생명을 73―68로 따돌리고 3승1패로 우승했다. '날다람쥐 가드' 김지윤은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반면 삼성생명은 4번 연속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보았다.
금호생명의 꼴찌신화는 과감한 투자가 있어 가능했다. 잭슨과 정통센터 셔튼브라운, 그리고 자유계약선수(FA) 김지윤, 이언주가 합류하면서 팀컬러가 확 바뀌었다. 셔튼브라운과 김지윤은 과거 국민은행에서 보여준 찰떡 호흡을 재현했고 잭슨과 이언주가 내외곽포로 궁합을 맞춰 강팀으로 성장했다.
탐색전은 필요 없었다. 2쿼터들어 삼성생명이 박정은의 측면 기습공격과 패리스의 안정적인 골밑슛이 이어져 28―22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마음 급한 삼성생명이 상대의 촘촘한 수비망에 걸려 잦은 턴오버를 남발한 게 문제였다. 금호생명은 셔튼브라운과 잭슨의 '더블포스트'가 야금야금 골밑을 장악한 뒤 곽주영이 우중간에서 3점포를 폭발, 29―28, 역전에 성공했다. 금호생명은 다양한 멤버교체로 매순간 분위기를 새롭게 다졌다. 전반종료 1분전 잭슨이 과감한 우측침투를 감행했고 분위기는 38―31로 달아난 금호생명으로 넘어갔다.
3쿼터 초반 금호생명은 이언주와 잭슨의 연이은 3점포로 11점차로 달아났다. 이어 신인왕 정미란이 또 한번 3점슛을 터뜨려 49―37,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용병센터 패리스를 제외한 4명 모두 국가대표 주축멤버인 삼성생명이었지만 무너진 체력은 걷잡을 수 없었다. 삼성생명은 경기종료 1분전 68―71까지 따라붙었지만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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