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에 가거나, 가요 프로그램을 보지 않더라도 가수들을 만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 개발됐다. TV를 켜고 드라마를 보면 된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MBC 드라마 '불새'에서 댄스그룹 신화의 멤버인 에릭을, SBS '인간시장'에서는 박지윤을 구경할 수 있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도 고민은 계속된다.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이현우냐, 아니면 KBS '4월의 키스'의 구준엽이냐. 만약 당신이 평일 아침시간에 드라마 감상이 가능하다면, 신성우(KBS2 '아름다운 유혹')도 만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미 방영된 드라마를 재방송해주는 케이블 TV에서는 가수 비(KBS '상두야 학교가자')와 김원준(SBS '이브의 화원')도 보너스로 보여준다.대한민국 방송에서 드라마가 없어진다면, 누구보다 서러워 할 사람들 중에 가수도 당당히 포함된 것이다. 이런 현상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연기자들은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상도의에 어긋난 행동'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가수들은 가수들대로 '연기자나 코미디언들은 기분 나면 아무나 음반 내지 않나. 우리는 이제 투잡스 족으로 살지 않으면 밥 벌어먹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런가 하면 음악 팬 중 몇몇 과격 분자들은 '한국 음악을 무력화 시키려는 불특정 세력의 기도'라는 음모론을 내세워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싶다." 소리꾼이 아니리, 발림 같은 연기력까지 갖추지 못하면 명창 반열에 오르지 못했던 어제의 전통을 이 땅에 되살리려는(?) 이들의 노력이 어찌 보면 가상하기도 하다. 미국만 보더라도 마돈나나 윌 스미스처럼 두 가지를 다 잘하는 배우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수들의 드라마 출연이 음반시장의 장기 침체에서 탈출하려는 몸부림이라면, 또 10대 위주의 가요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가수들이 계속해 음악 대신 드라마에 '올인' 한다면 노래 한 소절로 가슴을 울리고 시대의 변화를 불러왔던 당대의 가객(歌客)은 영영 만나볼 수 없을지 모를 일 아닌가.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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