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회 우승경력이 두 차례 있는 박도규(34·테일러메이드)는 경기를 앞두고 삶은 계란을 먹지 않는다. 삶은 계란을 먹은 날은 경기 때 볼이 디보트에 자주 들어가는 징크스가 있어 경기를 망친다는 것이다.박도규처럼 프로골퍼들은 제각각 징크스를 갖고 있다. 물론 아마추어들도 이러한 징크스에 시달린다. 징크스를 떠올리는 순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는 고정관념이 다시 스윙동작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골퍼들을 괴롭힌다.
"그늘집에서 자장면을 먹고 나면 꼭 OB가 나더라", "티를 꽂은 후 시간을 끌면 미스샷이 난다", "백스윙 때 잡념이 들면 샷을 망친다", "마누라와 싸우고 나온 날은 샷이 안 된다" 등등. 어떤 때는 변명이 징크스로 둔갑하기도 하지만 골퍼들의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이 징크스를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
한희원(휠라코리아)은 첫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그날 경기는 죽을 쑨다고 한다. 박세리(CJ)는 하와이만 가면 힘을 못쓰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또 필리핀계 미국 선수인 도로시 델라신에게 종종 우승 발목을 잡혀 '델라신 징크스'란 말이 유행했다. 안시현(엘로드)은 아버지 징크스가 있다고 한다. 아버지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잘 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박지은(나이키골프)은 한때 3, 4번이 찍혀 있는 볼을 쓰지 않았다. 3번은 트리플보기를 연상하고, 4번은 파3홀에서 보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징크스를 상당부분 극복했다고 한다.
김대섭은 성적이 좋을 땐 같은 바지만 입는다. 바지를 갈아입을 경우 감각이 달라져 경기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때문에 바지가 더러워져도 저녁에 바지를 빨아 아침에 다림질을 해서 말린 뒤 입고 나온다.
특정 인물에 대한 징크스도 있다. 김미현은 사납게 생긴 도티 페퍼(미국)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신경질적인데다 무시하는 듯한 말투 때문이다. 페퍼라는 발음 때문에 '후추 징크스'라고도 불린다.
타이거 우즈는 최종라운드에서는 항상 검은색 바지와 붉은 색 상의를 착용하는데 거의 예외가 없다.
징크스는 불필요하게 골퍼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반면 일부 징크스는 그런대로 근거가 있다. 자장면을 먹을 경우 긴장이 느슨해지는데다, 배가 불러져 스윙에 영향을 다소 미쳐 샷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퍼들이 징크스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한 두차례 극복하는 경험을 하면 쉽게 떨쳐버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