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중국 방문 사흘째인 20일 오전 10시께 인민대회당에서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과 회담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 일행이 도착할 무렵 인민대회당 부근은 일반의 출입이 완전히 통제되면서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김 위원장과 장 주석의 만남은 약 3년 만에 이뤄졌다. 장 주석은 2001년 9월 국가주석 당시 평양을 방문,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장 주석은 1990년 3월에도 방북, 고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져 장 주석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인연은 대를 잇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장 주석에게 극진한 경의를 표했고, 장 주석도 각별한 인연과 우정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베이징(北京)의 유명한 오리구이 전문식당인 취앤쥐더(全聚德) 본점에서 오찬을 했다고 한 소식통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시내 허핑먼(和平文) 구취앤먼(前門)에 있는 취앤쥐더 본점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격됐다. 장 주석의 오른팔인 권력서열 5위의 쩡칭훙(曾慶紅) 국가 부주석이 함께 오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중국 지도자들을 모두 만나기 위해 쩡 부주석과 오찬을 겸한 회담 형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다시 만나 작별인사를 나눴다. 후 주석은 전날 새 지도부 출범 후 중국을 처음 방문한 김 위원장과 상견례를 겸한 첫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다시 김 위원장을 송별인사 형식으로 만나 북한에 대한 전통적인 우호친선관계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의 일정은 이날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 근교 농촌과 만리장성, IT단지인 중관춘을 찾는다는 등의 설은 무성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의 귀국 시점도 소문이 무성한데 국경역인 단둥(丹東)역이 이날 오후부터 직원들이 대기 상태로 돌입했다는 정도만 확인됐다.
김 위원장의 수행원 수는 알려진 40여명보다 훨씬 많은 100명 선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들 중 절반 가량은 경제시찰단으로 베이징과 인근 산업시설을 시찰하며 자본주의를 학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군 인사들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개혁·개방을 추진하는데 우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중국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미국측에 은밀히 통보했다고 AP통신이 베이징발로 이날 보도했다.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의 한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측에 김정일 위원장과의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했는지 밝히지 않은 채 "중국은 우리의 입장을 잘 알고 있고 딕 체니 부통령의 최근 방문으로 이 같은 입장이 재확인됐다"고 덧붙였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중국이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방문을 마치고 돌아간 뒤에야 방문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전례에 비춰 미국측에 김 위원장의 방중사실을 통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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