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만주에서 활동하다 요절한 민족시인 심연수(沈連洙·1918∼1945)의 문학을 조명하기 위한 한·중 세미나가 21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대화호텔에서 열린다.한민족문화교류협회(회장 정덕준 한림대 교수)가 '일제강점기 우리 문학 재조명―심연수 문학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여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2000년 유족들이 처음으로 심연수의 유작들을 공개한 후 한국, 재중동포 학자 10여 명이 연구한 논문 9편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2003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심연수 시문학 연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해응 정문연 객원연구원은 "심연수는 윤동주에 비견할 만한 민족 저항시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심연수의 작품 원전 텍스트 242편을 분석한 그는 '심연수의 시세계와 문학사적 의의'라는 글에서 "그의 작품은 정몽주, 을지문덕 등을 통해 역사의식을 드러내고 망국의 한을 들려주면서도 우리 민족의 생명력과 승리에 대한 예찬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심 선생이 여운형을 만나 조국의 현실을 고민했고, 일본유학 후 교사시절에는 반일사상을 고취해 유치장에 두 번이나 갇혔던 것은 그의 저항의식을 보여주며, 이는 시에도 깊이 스며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작품세계와 생애가 유사한 윤동주와의 본격적인 비교도 이루어진다. 헤이룽장(黑龍江)신문 한춘 고문은 '일제 말기 어둠 속에서 시심을 불태운 최종의 두 혜성'에서 "윤동주보다 한 살 아래인 그는 용정에서 비슷한 시기에 중학교를 다녔고, 일본에서 유학했으며, 유작이 사후에 빛을 보게 된 것 등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또한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표현할 때 윤동주가 조용한 목소리로 내면세계를 조명했다면, 심연수는 거친 목소리로 객관세계를 질타했다"고 분석했다.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여섯 살 때 연해주로 이주한 심연수는 용정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대학 예술학원 창작과에서 유학한 후 용정에서 창작활동을 했다. 그는 일본 패망 소식을 듣고 귀향하던 중 일본인에게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남긴 시 300여 편과 소설 7편, 1년간의 일기는 중국에 살고 있던 동생 집에 보관돼 있다가 2000년에야 공개됐다.
지난 달에는 그의 유작을 담은 '20세기 중국 조선족 문학사료전집―심연수 문학편'(중국조선민족문화예술출판사 발행)이 삼척 심씨 대종회의 후원으로 나왔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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