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고백부터 하면, 고창 보리밭을 취재한다고 17대 총선에서 투표를 못했습니다. 14일 내려가 투표일인 15일 밤 늦게서야 올라왔기 때문이죠. 여행을 업으로 삼는 직업상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해 보지만 어쨌든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을 반성합니다. '어떠한 시련이 있더라도 투표에 참가하라'는 '무적의 투표부대' 지침도 있었는데….하여튼 이번 선거에서의 투표율은 초미의 관심사였죠. 특히 투표하지 않고 놀러가는 젊은이들을 힐난하는 사회 각계의 비판이 따가웠죠. 이럴 때 여행사들이 종종 지탄의 대상이 되는데, 한 여행사는 영특하게도 '15일까지는 여행가지 마세요. 투표만 생각하세요. 여행은 16일부터'라는 인터넷 배너광고를 실어 네티즌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번 총선 투표율은 60.6%로 16대 총선에 비해 3.4%포인트 올랐습니다. 특히 한 방송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의 투표율은 지난 총선보다 10%포인트 이상 오른 반면 50대 이상은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확한 결과는 중앙선관위의 최종집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열린우리당의 승리가 투표율 상승에 힘입은 바 큰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어느 때보다 화창한 날씨였던 이날, 선운사나 고창 보리밭을 찾은 관광객 대부분은 젊은층이 아니라 아저씨, 아줌마들의 단체 관광객이거나 아이들 손을 잡은 부부들이었습니다. 아주 간혹 젊은이들이 보일 뿐이었죠. 순간 제 머리를 스친 것은 이런 거였습니다.
"젊은이들이 투표 안하고 놀러간다는 것은 탁상 공론이다. 그들은 지금 놀러갈 돈조차 없는 게 아닌가! 태반이 백수인데…."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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