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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국민소환제 공약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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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국민소환제 공약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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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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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에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국민의 판결을 아전인수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열린우리당의 의석수로 따지느냐 아니면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득표수로 따지느냐 티격태격이다. 전자로는 과반수 의석을 얻은 열린우리당이 유리하지만 후자로는 한·민·자 3당이 유리하다. 한심할 따름이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또 이런 속 보이는 논쟁이나 하라고 투표장에 나간 것이 아니다.국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정치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단 하나다. 새로운 정치를 하거라! 올 초 한국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재선을 포함하여 구정치인은 절대 뽑지 않겠다고 했다. 선거결과를 보자. 17대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63%가 신인이다.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으로 정쟁이나 일삼지 말고 국리복민에 힘써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라는 뜻이다. 당선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명을 깨달아야 한다. 실력자를 찾아 줄 서고 공치사하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면 4년 후에는 반드시 낙선할 것이다.

현재 국민들이 반기는 법안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제한과 공직자 국민소환제가 있다. 3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입법추진을 공약하자 선거를 며칠 안 남기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공약했다. 갖은 부정부패와 불법을 저질러도 4년 임기를 고스란히 채우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그만큼 큰 탓이다. 일반 국민들은 돈 몇 만원을 훔쳐도 감옥에 가는데 국회의원들은 수백억원을 챙겨도 감옥에 가지 않는 현실을 국민들이 얼마나 더 참을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국회의 고유한 입법활동에만 한정되어야 한다. 만약 국회의원이 지위를 이용한 각종 비리와 연루되었을 때는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국회의원이 사리사욕에는 능한데 나라일에는 무능하다면 임기 전이라도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도 탄핵을 받는 시대다. 국회의원이 잘못했으면 국민들이 다시 투표로 불러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아니면 말고'식이 아니라 비리 정치인, 폭로 정치인, 실정을 반복하는 정치인들이 국민의 세금을 낭비 못하도록 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만 능력 있는 정치인들이 양성된다. 국회의원들의 정책경쟁과 깨끗한 정치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국민이다.

국민소환제가 실시될 경우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국민소환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만 봐도 그렇지 않다. 더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자기개혁적, 자기반성적 법안으로 국민소환제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선거제도가 강화되자 선거가 얼마나 돈 안쓰고 깨끗하게 탈바꿈했나?

마찬가지로 국민소환제는 입법초기의 과도적 상황이 지나면 유행에 민감하고 '정치적 학습'이 빠른 한국에서는 좋은 결실을 낼 것이다. 다만 소환요건을 강화하여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행정공백, 지역구민의 분열을 막을 필요는 있다. 국민소환은 당선일 1년 후부터 임기말 1년 전까지만 가능하게 하고 소환발의 국민수를 많게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결국 제17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일하는 국회, 정책개발로 경쟁하는 국회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의회정치학자 메이휴는 임기 초나 국민적 지지가 컸을 때 미국역사에 남는 중요한 입법들이 많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1960, 70년대 민권운동이 한창일 때도 그랬다. 지금 한국의 상황도 비슷한 조건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 초반이고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매우 크다. 30, 40대 초선 의원들은 민주화 시대인 80년대를 함께 거쳤다. 17대 국회가 중요한 법의 제정을 통해 그 이름을 역사에 남기길 기대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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