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에서 고향 사람들을 만났다. 무슨 이야기인가 끝에, 자기가 본 전국 각처의 꽃 얘기가 나왔다. 쌍계사 벚꽃 얘기도 나오고, 나주 배꽃 얘기도 나오고, 대관령 싸리꽃, 바람부는 날 금가루처럼 날리던 송화 이야기도 나왔다.그때 한 친구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봄은 역시 고향의 봄이야. 그래서 노래도 있잖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고. 어릴 때 학교에서 집으로 가자면 언덕 하나를 넘어야 하는데, 지금도 나는 잊혀지지 않는 풍경 하나가 있어. 우리 집이 보이는 언덕에 막 올라섰는데 저쪽에서 바람이 쏴아, 하고 불어오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집을 둘러싸고 있던 커다란 꽃대궐에서 눈가루처럼 꽃잎이 날리는데, 그때 나는 아직 어려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어.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다음 '난분분하다'라는 말을 배웠는데, 그때부터 나는 언제 어디서고 그 말이 떠오를 때마다 내 어린 시절의 그 풍경이 떠올라."
그래. 누구에게나 자기 마음속에 그런 꽃 풍경이 하나씩 있다. 그 추억 속에선 늘 꽃잎 사이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세상의 모든 꽃잎이 난분분하고….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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