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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카니의 태양/이탈리아 햇살 아래선 희망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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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카니의 태양/이탈리아 햇살 아래선 희망이 보일까

입력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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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그만큼 내일의 희망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인생을 즐겁게 살아라? 그만큼 인생은 괴롭고 우울하다는 것. 인생은 60부터?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 이런 식으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마음 속의 이탈리아'로 떠나시라.'투스카니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은 오랜만에 접해보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당장 죽을 것만 같은 모진 삶에도 언제나 희망은 있고, 길거리에서 마주친 강아지의 까만 눈동자가 피곤한 삶을 위로해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탈리아의 낯선 휴양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드리 웰스 감독의 세계관이 무척이나 신선하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중년의 여성작가 프랜시스(다이안 레인). 어느날 바람난 남편의 느닷없는 이혼 통고와 위자료 청구로 집을 빼앗긴다. 희망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 게다가 새로 이사간 싸구려 임대 아파트에서는 매일밤 이웃집 남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무작정 떠난 곳이 들판에는 해바라기 가득하고 사람들은 언제나 활기찬 곳, 투스카니다.

어쩌면 '낯선 곳에서의 자아 찾기'라는 고전적 주제 전달에 그쳤을 이 영화가 빛나는 것은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원작자 프랜시스 메이어스의 독특한 인생관 덕분이다. 투스카니에서 매력적인 이탈리아 남자 마르첼로(라울 보바)를 만나 사랑하지만 금세 실연 당하는 프랜시스. 어렵게 구한 허름한 저택에 정을 붙여보려 하지만 수도꼭지는 이미 말라붙었다. 삶이 어찌 로또복권처럼 단 한방에 역전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감독은 프랜시스의 독백을 통해 말한다. "인생은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는 법"이라고.

불혹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앳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다이안 레인의 원숙한 연기,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의 각본을 썼던 감독의 풍부한 감수성이 멋지게 어우러졌다. 15세. 30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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