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 시대 개막을 위해 19일 첫 이삿짐을 꾸렸다. 이날 가장 먼저 경복궁 내 현재의 박물관 수장고를 떠난 석기·청동기시대 마제석검 등 석재품 2,000여점을 시작으로, 앞으로 8개월간 소장 유물 9만9,622점이 용산 새 박물관으로 옮겨진다. 1996년 구 중앙청 건물에서 현재의 건물로 이전한 지 8년 만에 또다시 이뤄지는 최대의 문화재 이전 작업이다.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용산 시대로 가는 첫 발걸음을 딛었다"며 "국보급 유물이든 아니든 소장 유물의 안전한 이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만점 유물 어떻게 이전하나
중앙박물관은 1915년 조선총독부 박물관 때부터 따져보면 53년 남산, 65년 덕수궁 석조전, 72년 경복궁, 86년 중앙청 등 지금까지 5차례 이전 경험이 축적돼있다.
하지만 경복궁 내 건물에서 용산 새 박물관까지의 거리는 9.5㎞, 이동 시간 30분 안팎으로 국보, 보물 등의 문화재가 장거리 이동을 하는데다 보통 이삿짐과는 달리 유물 훼손 및 도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박물관측은 포장, 운반 등에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유물 포장은 우선 중성 한지로 싼 뒤 충격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솜포로 다시 감싸고, 각각의 크기에 맞게 제작된 오동나무 상자에 넣은 다음 소형 알루미늄 상자에 담아 차량에 싣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19일 포장한 금동미륵보살반가상(국보 78호)의 경우 중성 한지와 솜포로 아래부터 차례로 감싼 뒤에 충격 흡수를 위해 무명천으로 한 겹 더 싸고 끈으로 고정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운반에는 5톤 무진동차량 490여 대가 동원되며, 경찰이 운송차량 호송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박물관 전시 유물 6,300점은 10월 18일 임시 휴관에 들어간 뒤 이전하고, 야외 전시 석조 유물은 새 박물관 조경이 완성되는 내년 3월부터 움직인다. 유물 이전은 석재품을 시작으로 토기를 비롯한 토제품, 도자기류, 금속유물, 피모직물류에 이어 전적류 및 회화류의 순서로 진행된다. 소장 유물 중 가장 덩치가 큰 고려 철불 광주 춘궁리 철조석가여래좌상(보물 322호·높이 2.8m 무게 6.2톤)을 비롯한 중량급 유물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운송할 수 없기 때문에 5월말쯤 전시실 벽면을 통째로 헐고 옮길 계획이다.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 문화재만 396점에 달하는 유물의 이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지급한 손해보험 액수만 5억2,000만원으로 천문학적이다. 김성구 유물관리부장은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의 평가액만 300억원에 달하는 등 유물 전체의 가치는 약 7,000억원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용산 새 박물관의 특징은
내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용산 새 박물관은 현재 공정률 92%로 외부 조경과 전시실 인테리어 공사 등을 남겨두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박물관 내 미군 헬기장 이전 문제. 박물관 측은 헬기장 이전 부지가 결정되면 올 하반기 철거에 들어가 조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새 박물관의 규모는 현재 건물의 3∼3.5배에 달한다. 수장고가 4,249㎡에서 1만2,434㎡로 확대된다. 이중 외벽으로 누수 및 유해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유물의 재질에 따라 수장고별로 독립 공조시설이 설치되는 등 수장 환경이 개선된다.
전시실도 역사관을 신설해 고고발굴 자료 및 미술사 자료에 크게 의존해왔던 전시를 고지도, 고문서, 금석문 등 역사자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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