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에 이어 압델 아지즈 란티시를 표적 살해한 것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그러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아랑곳 않고 미국을 등에 업은 채 '부시식 일방주의'로 자신들의 평화안을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샤론 총리는 18일 "한편으론 정치과정의 진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테러조직과 그 지도자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무장단체 지도자 암살과 팔레스타인 분리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스라엘 안에서는 이보다 더 극단적인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집권 리쿠드당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제거하고 시리아의 하마스 해외조직과 레바논을 근거지로 하는 헤즈볼라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온다.
이쯤 되자 지난달 야신을 표적 살해한 직후 뇌물수수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샤론이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은 자취를 감추고 그 같은 초강경책이 중장기적으로 이스라엘 영토를 확장하려는 포석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관측통들은 샤론이 미국을 방문해 가자지구 철수 요르단강 서안 점령 유지 팔레스타인 귀향민 거부 등으로 요약되는 자신의 평화안에 대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후 란티시를 살해한 데 주목한다. 미국의 인가 후 이스라엘내 샤론 지지도가 상승세이고, 샤론의 평화안이 리쿠드당에서 승인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강경 드라이브는 표적 살해를 '국가테러'로 비난하는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이 이렇다 할 행동을 보여주지 못함에 따라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하마스는 지도부 잠행을 통해 현 위기를 모면할 태세이고, 이라크 문제 등으로 틈이 갈라진 아랍권 국가들의 반응은 무기력하다.
한편 하마스는 란티시의 뒤를 이을 지도자로 마흐무드 자하르(59)를 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강경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40)를 지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마스를 실질적으로 지도하는 인물은 칼리드 마슈알(48)인 것으로 전해졌다. 1987년 하마스를 창설한 7인 중 한명인 그는 하마스의 '신경조직'이라 할 수 있는 해외지도부를 이끌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그의 위상을 감안해 시리아 공격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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