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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기자의 고!/동성애 터부, 영화속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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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기자의 고!/동성애 터부, 영화속엔 없다

입력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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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에서 일약 제3당으로 떠오른 민주노동당은 동성애를 포함한 '성적 소수자' 문제를 강령에서 언급한 유일한 정당이다. 강령은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공동체는 어린이, 장애인, 이주노동자, 외국인, 성적 소수자 등 누구라도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차별하지 않는다.' 총선 공약의 31번 항목도 '성적 소수자에 대한 각종 사회적 차별을 없애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이다.그러나 이는 동성애자에 대한 제도권 정당의 정치적 접근 방식일 뿐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은 여전히 존재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만큼은 크게 변했다.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라이어'에서 남자 주인공 주진모는 두 집 살림을 차린 사실이 들통나자 얼떨결에 자신은 친구 공형진과 동성애자라고 고백한다. 외국영화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에서도 이혼한 엄마는 세 딸들에게 자신의 새 애인이 여성이라고 털어놓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같은 '커밍 아웃'에 대한 극중 제3자들의 반응이다. '라이어'에서 주진모의 커밍 아웃이 거짓말임이 밝혀졌는데도 두 아내는 "차라리 동성애자라는 게 사실이라고 말해"라고 입을 모은다.

두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보다 훨씬 덜 괴롭기 때문이다. '엄마는…'에서도 딸들은 결국 엄마의 새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이혼한 남편도 옛 아내와 어린 여성의 결합을 행복하게 바라본다.

놀라운 변화다. 2001년 이병헌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가 동성애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감독이 "동성애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던 것을 떠올려보면. '라이어'의 시사회장을 가득 메운 청소년들은 주진모의 동성애 선언을 보며 박장대소했다. 청소년들에게 동성애 코드는 더 이상 경계나 이질감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일 뿐이다. 최소한 이들에게, 동성애자가 사회적 약자이며 그래서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은 낡은 수사이다.

/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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