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이중적 의미다. 그녀가 결혼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자가 결혼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여자란 것일까? 21일부터 방영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 (권석장 연출·김인영 극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친구인 세 명의 30대 여성들이 일과 사랑을 놓고 벌이는 경쾌한 이야기들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가깝게는 '싱글즈'부터 멀게는 '섹스 & 더 시티'같은 영화나 드라마의 계보를 잇고 있다. 불륜과 이혼에 사회적 면죄부를 줬던 드라마 '앞집 여자'의 권석장 PD가 연출을 맡아 서른 살 안팎의 명세빈(29), 변정수(31), 이태란(30) 세 여배우를 통해 '결혼'에 관한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보여줄 예정이다. 태생은 부르주아지만 성과 사랑에 관해서 만큼은 맹렬 좌파인 승리(변정수), 사랑에 배신 당하는 여기자 신애(명세빈), 처녀 가장 순영(이태란) 역을 맡은 세 여배우들로부터 결혼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들어본다.■ "물먹은 방송기자" 명세빈
방송사 사회부 기자인 신영 역은 도전입니다. 평소 시청자 입장에서 뉴스를 즐겨보는 저로서는 그 역할을 직접 해본다는 점이 무척 새롭게 느껴집니다.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바람에 액션신도 있고, 신영의 캐릭터가 일에 몰두하는 성격이라 종종 엄청난 사고도 치고 물도 먹습니다. 신영은 결혼을 앞두고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는데, 때마침 종합병원 원장 아들인 '왕자님' 영훈(이현우)이 눈앞에 딱 나타납니다.
실제 제 결혼관은 어떠냐고 물으실 차례죠? 사실, 초등학생 때부터 결혼하는 게 제 꿈이었습니다. 결혼은 사랑의 완결판 아닙니까? 남자를 볼 때는 조건보다는 사람을 본다는 나름의 분명한 원칙도 물론 있습니다. 그렇다고 '왜 아직까지 결혼 안 했냐'고 묻지는 말아주세요. 저도 그 답을 알 수 없으니까요.
■ "미모의 연애고수" 변정수
승리는 자유연애를 몸소 실천하던 과거를 숨기고 재벌집에 시집갔다, 난봉꾼 남편에 맞서 맞바람을 피다 쫓겨나는 여자야. 지난번 '앞집 여자' 캐릭터랑 비슷하다고? 그건 아니야. '앞집여자'의 애경이 완벽하고 무언가 신비스러웠다면 승리는 확 열려있는 솔직한 여자지. 대학생들 상대로 생활영어를 가르치며 풋내기 남학생에게 '너 키스해 해본 적 있어'하면서 유혹하지. 내 성격이랑 딱 맞는다니까. 첨엔 나도 이미지 관리상 안 맡으려고 했는데 대본을 보니까 정말 재미있어서 안 하고는 못 배기겠더군.
내가 허구한날 바람둥이 역할 맡는다고 실제 생활도 그럴 거라는 편견은 버려줘. 내가 이래뵈도 내년 1월이면 결혼생활 10년차야. 딸 채원(6)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니까. '결혼은 빠를수록 좋다'는 게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내 결론이야.
■ "터프한 처녀가장" 이태란
KBS 드라마 '노란손수건'에서는 미혼모였고, SBS '애정만세'에서는 정인숙을 모델로 한 비운의 여배우 역인데, 이번에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병든 아버지를 수발하는 처녀 가장이에요. 하지만 전형적인 심청 스타일은 아니에요. 터프하고 푼수기도 있고, 게다가 나중엔 친구인 신애의 애인인 준호(유준상)을 유혹해 가짜 임신을 무기로 결혼까지 요구하죠. 너무 초라한 역할 아니냐구요? 몇 년간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인생의 굴곡을 몸으로 경험한 저로서는 그쯤은 별거 아니죠. 전 요즘 5월 초 무대에 올릴 예정인 연극 '리타 길들이기' 연습하랴, '결혼하고 싶은 여자' 촬영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외로울 틈조차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일에 지쳐서 일까, 아니면 봄이라서 그럴까 요즘은 부쩍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지네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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