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소리를 기록하는 음소(音素) 문자이고 한자는 의미를 기록하는 의소(義素) 문자이다. 그러므로 한글은 영어권의 A, B, C나 한자문화권의 大, 馬, 車 등을 두루두루 다 표기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생각된다.중국에서 유입된 외래어에 대해 한국에서는 그 동안 관례적으로 '한자 표기법'을 따랐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영어, 일본어 등의 외래어와 동일한 표기법을 적용하여 '현지 중국 원음 표기법'을 취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방식은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제정한 한국어문규정의 외래어 표기 기본원칙 및 세칙을 따른다. 정부와 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에서 정기적으로 주로 언론에 보도되는 시사성이 있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한글 표기법을 공표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과 언론에서 언급된 중국 외래어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보시라이(薄熙來), 원자바오(溫家寶), 저장(浙江), 주장(珠江), 주룽(九龍), 충산(瓊山). 한자표기법이냐 아니면 중국원음표기법이냐의 논쟁에 앞서 원음에 충실하려고 어렵게 표기한 중국 원음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에 대한 충분한 부가적 설명이 없이 단지 원음 표기만을 읽는다면 중국인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도 발음하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물론 외래어는 외국어와 엄연히 다르다. 외래어는 내국인 사이의 의사전달에 목적이 있기에 100% 원음대로 적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음운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위의 예들을 현지 발음에 더 가깝게 표기하면 다음과 같다. 뽀씨라이, 원쨔빠우, 쩌쨩, 쭈쨩, 쪄우룽, 츙싼.
한국어문규정에 따른 현행 표기법과 필자의 현지음 표기법 사이에 왜 이토록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종합해서 말하면 중국어 의미변별의 중요 요소인 성조(聲調)가 고려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외래어 표기 기본원칙 제2, 제4항과 세칙 제2항의 규정에 중국어의 내부 및 외부적 변별 특성이 고려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원음표기법의 시험과정인 현 단계에서 더 많은 혼란을 막기 위해 하루 빨리 한국과 중국의 언어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한국어문규정 관련 내규의 합리성 여부에 대해 재검토를 진행하고, 아울러 한자표기법과의 효용성 비교를 통하여 더 합리적인 표기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추이진단 광주보건대 관광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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