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예상을 앞질러 전격적으로 이뤄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북한문제 전문가는 이날 "김 위원장의 방중이 급작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최근 북한의 변화와 북중 관계를 고려하면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김 위원장의 방중이 앞당겨진 배경에는 열린우리당의 압승으로 끝난 한국의 4.15총선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방중의 핵심 사안은 북한 핵문제 해결과 북한 경제개방 문제이지만 경제문제에 보다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3월 25일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올해의 경제정책으로 대외 무역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한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경제정책을 구체화하고 대외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사전조율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전력생산에 힘을 기울였지만 올들어 강철 등 원자재 생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는 중국을 겨냥한 대외무역 확장 정책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김 위원장 방중에 맞춰 북한 최고인민회의 이름으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획기적인 변화를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2002년 11월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 체제가 들어선 이후 양국관계가 크게 개선된 점도 방중이 앞당겨진 요인으로 거론된다. 후 총서기는 집권 이후 북한에 적극적인 협력자세를 보여왔으며, 북한의 대중 인식도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정상의 만남은 단순한 상견례를 넘어 예측 이상의 성과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 총선결과 열린우리당의 압승함으로써 남북관계가 보다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점도 김 위원장이 방중을 앞당긴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한국의 총선 분위기가 가라앉기 전에 방중을 통해 한국에 뭔가 변화의 제스처를 보여줄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북중 정상은 일단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소식통은 "북한이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며 "핵문제에서 북중 양국의 합의만으로 직접적인 돌파구를 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2002년 10월의 신의주 특구 문제, 탈북자 문제 등으로 불편했던 양국관계를 복원도 김 위원장의 방중을 결심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인접한 랴오닝(遙寧)성의 공업기지를 둘러볼 예정이다.랴오닝성은 중화학 공업 중심지로 북한과 경제 체제가 비슷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시찰을 통해 랴오닝성의 공업구조 전환과정을 북한에 적용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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