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면 여의도가 불야성이 된다'는 말이 있다. 주가가 올라 자산가치가 늘어나면 개인 씀씀이가 커진다는 '부(富)의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가 900안팎을 오가는 증시호조에도 불구하고, '주가상승→소비증가'의 공식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경제의 오랜 연결고리가 깨진 것은 부의 효과만이 아니다. '수출증가→투자확대→내수안정'의 흐름도 실종됐다. 실업률은 안정적인데도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지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총선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제거된 만큼 해체된 경제의 선순환 연결고리 복원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주가 올라도 소비는 냉랭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 한때 918을 넘어섰다. 550을 맴돌던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60% 이상 올랐다. 하지만 주가상승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고 있다는 징후는 찾기 힘들다.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증가율은 3분기 -1.9%, 4분기 -2.3%로 오히려 나빠졌다.
주가와 소비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것은 주가상승의 과실이 외국인 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올들어 주가가 평균 12% 오르는 동안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주가는 26%이상 올랐다. 반면 개인 순매수 20개 종목은 14% 빠졌다. 국내투자자 기반이 넓어지지 않고 외국인만의 잔치가 반복되는 한 '주가상승→소비확대→경기회복'의 연결고리는 복원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업률 낮아져도 고용사정은 썰렁
지난해 10월 3.6%까지 올랐던 실업률(계절조정치)은 올 2월 3.3%로 낮아졌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 취업자수도 1년전보다 각각 2.9%, 3.2% 늘었다. 하지만 소비자평가·기대지수 등 체감고용은 더 나빠지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은 "구직단념자와 비임금근로자가 많은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찾다 아예 포기해버린 구직단념자(실망실업자)가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되면서 공식실업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고용형태가 불안정한 자영업자 및 무급가족종사자(가족운영의 직장·점포에서 일하는 경우)가 전체 취업자의 10%에 달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LG연구원은 "근본적 고용안정을 위해 임시방편적 일자리 창출보다는 취업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출·생산 늘어도 투자는 미미
1분기 평균 39%에 이어 이달 1∼10일에도 수출증가율은 37.5%에 달했다. 수출호조로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1∼2월 평균 11%에 달했고, 가동률도 82%를 넘어섰다. 이쯤 되면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투자는 폭발적으로 늘어야 하지만, 겨우 2월 들어 플러스로 돌아선 정도다. 소비·고용개선까지는 아직 엄두도 못 낼 처지다. 과도한 규제 탓이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서든 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그저 쌓아놓고만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내수활황을 위한 팽창정책보다는 수출이 투자·내수·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복원시키는 처방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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