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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美-유럽 분열조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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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美-유럽 분열조장 전략"

입력
200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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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으로 보이는 녹음 테이프가 15일 알 아라비야 방송을 통해 공개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반응이 뒤숭숭하다.테이프의 내용대로라면 빈 라덴이 여전히 건재한 데다 최근 극렬한 이라크의 반미저항도 일정부분 빈 라덴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테이프의 목소리가 빈 라덴의 것이 확실시 된다"며 지난달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아흐메드 야신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 최근 몇 주 사이 녹음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등 연합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테이프에서 주장한 유럽 국가들에 대한 철군 요구이다. 7분이 조금 넘는 분량의 이 테이프는 "유럽 국가들이 이슬람 국가에서 병력을 철수한다면 즉시 휴전할 것"이라며 "휴전기간은 3개월이지만 더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혀 유럽국가 정부들을 압박했다. 유럽국가 대다수 여론이 이라크전과 파병에 반대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선전전이다.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이 제안을 일축했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정부는 "테러집단의 요구에 굴복한다는 것을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며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테이프의 내용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슬람국가에서 이교도를 몰아내겠다는 명분과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의 연대를 깨뜨리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라며 알 카에다의 전략이 한층 교묘해졌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의 안보분석가 로한 구나라트나는 "분열시켜 지배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유럽인들에게 정부 지도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려는 분열책"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알 카에다가 이번에는 유럽에 먼저 휴전 제스처를 보낸 데 주목하고 있다. 열차 테러와 같은 공격을 통해 유럽인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것과는 다른 수법이라는 것이다.

당근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앞으로의 서방에 대한 테러의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라크에서 미군 등에 대한 저항이 가장 극렬한 시기에 테이프를 공개한 것도 자신감과 함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서방에 대한 테러와 이라크 내 저항공격 등 혼란스러운 전선을 부채질하는 알 카에다의 전략이 장기적으로 이슬람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지난해 11월 터키 이스탄불 폭탄테러처럼 이슬람인들의 동반희생이 불가피한 무차별적 공격은 결국 스스로의 대의명분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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