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불편후쿠오카 켄세이 지음·김경인 옮김
달팽이 발행·1만2,000원
소비는 행복을 가져다 주는가? 소비 사회에서 이런 질문은 우문인지도 모른다. '느림' '웰빙' '슬로우 라이프' 등의 구호는 이런 질문을 우회해서 던지는 생활방식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자인 저자는 우직하게 이 질문을 향해 온몸을 던지고 있다. 자전거로 통근하고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사지 않는다 등 스스로 정한 십계명을 지키면서, 마요네즈를 집에서 만들어 먹고 쌀을 자급자족하면서 소비가 어디까지 필요한지 직접 1년간 부딪혀본 것이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중독 증상을 일으키고 나아가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에 이르는 과도한 소비를 스스로 멀리 해보려 했다는 게 저자가 자처한 '즐거운 고행'의 의도다. 의무나 강요된 금욕이 아니라 스스로의 실천으로 주변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실행 목록은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도시락 갖고 다니기, 제철 과일 먹기, 음식찌꺼기 퇴비로 활용하기, 알루미늄 호일 재활용 하기 등이다. 그의 체험기는 자판기 앞에서 느낀 금단현상으로 시작한다. 자판기 왕국인 일본에서 자판기는 '악마의 속삭임'으로 저자를 불러세우지만 그는 금방 뿌리치고 스스로 자청한 즐거운 고행을 계속한다. 즐거움은 조금씩 불어나기 시작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체중이 한달만에 4㎏이 줄었다. 그것보다 자전거 통근길에서 볼 수 있는 벚꽃터널, 도시락을 맛있다고 말해주는 딸 아이, 사람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더 크다. 육체의 욕망을 생명의 욕망으로 바꿔나가려는 저자의 땀냄새가 맡아진다.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의 대담집도 책 후반부에 실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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