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왔다 갔다 한 느낌입니다."17대 총선 지역구 중 가장 적은 표차인 9표차로 금배지의 향방이 갈린 충남 당진선거구. 자민련 김낙성(62) 후보가 16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된 개표에서 1만7,711표를 얻어 1만7,702표를 얻은 열린우리당 박기억(43)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지만 12시간의 개표과정은 피 말리는 순간 순간의 연속이었다.
초반 기선을 잡은 쪽은 박 후보측. 3개 방송사의 출구조사 발표에서 6%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지지자들은 당선을 자신한 듯 환호했다.
그러나 오후 6시30분께 투표함을 열자 몇차례 엎치락 뒤치락하다 김 후보가 100여표 이상을 앞서나가며 이변의 조짐을 보였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출구조사가 틀렸다"며 승리를 확신했고 박 후보측은 "뭔가 이상하다"며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김 후보측의 기쁨도 잠시. 오후 8시 30분께 박후보가 전세를 역전하며 500여표까지 차이를 벌리자 박 후보측은 "그러면 그렇지. 출구조사가 틀릴 리 없다"며 안도감을 보였다.
하지만 김 후보는 민선군수 3선을 하며 다진 조직표가 살아나면서 표차를 좁혀 10시30분께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 후 간발의 차로 계속 앞서나갔고 11시께 마지막 투표함의 개표가 완료된 순간 25표를 앞섰다.
그러나 승리선언은 미뤄졌다. 11시부터 시작된 비례대표 투표함 개표에서 지역구투표 용지 84장이 나오자 이를 다시 후보별 투표수와 합산하느라 새벽 2시30분께에야 개표를 끝냈고 두 후보의 표차는 13표로 줄었다.
선관위는 표차가 너무 적자 즉각 수작업으로 재검표에 들어갔다. 표를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무효로 처리됐던 30여장이 유효표로 인정돼 한때 긴장감이 돌기도 했으나 오전 5시30분께 9표차로 최종 확정됐다. 김 후보 진영의 환호와 박 후보진영의 탄식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오전 6시 당진군 선관위원장이 김 후보의 당선을 선언하며 12시간에 걸친 개표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박 후보측은 이날 법원에 투표함 보전신청을 제기, 개표 드라마가 막을 내릴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당진=허택회기자thhe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