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16일 청구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했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련은 불과 4석밖에 얻지 못했다.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던 JP도 당 득표율이 3%를 넘기지 못하며 낙선했다. 이날 오전 JP를 면담한 유운영 대변인은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이제 그의 앞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자민련의 해체와 정계은퇴라는 수순이 가장 선명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상황이다. 이번에 당선된 4명은 각 당으로 산개할 것이란 예상이 벌써 나온다.
하지만 2000년 총선 참패 당시에도 6일간 칩거 후에 당무에 복귀, 여야를 넘나드는 줄타기와 '의원 꿔주기'로 한때 교섭단체를 구성했던 점에 비춰 그가 구명도생을 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충청지역에 재보궐선거 지역이 나오면 직접 출마, 전인미답의 10선을 이루겠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16대에선 그나마 17석을 얻는 선전이었다. 이제는 충청 민심이 JP에 더 미련을 둘지 불투명하다. 그래서 이런 시나리오에 주변 인사들조차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는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결별한 뒤 자민련을 만들어 한때 원내 55석을 차지하고 DJP연합으로 공동정권을 창출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는 치욕을 맛 본데 이어 지난해 대선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은 민주당에 텃밭을 잠식당하며 충청 맹주로서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입버릇처럼 "40년 정치의 산 증인으로서 내각책임제의 토양을 마련하는데 정치생명을 다 바칠 것"이라고 말해온 9선의 풍운아 JP. "서산을 붉게 물들이며 지겠다"던 78세의 노 정객은 벌써 밤이 찾아왔음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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