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 소비심리 꿈틀/4월말 골든위크 해외여행 2배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 소비심리 꿈틀/4월말 골든위크 해외여행 2배로

입력
2004.04.16 00:00
0 0

국경일과 휴일이 겹쳐 '골든 위크(Golden week)'로 일컬어지는 4월말∼5월초는 일본 최대의 황금연휴 기간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일본에 '골든 위크 특수(特需)'는 없었다. 극심한 경기불황과 만성적 디플레이션으로 소비가 잔뜩 위축됐던 탓이다.

2004년 '골든 위크'는 좀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조사에 따르면 골든 위크 시즌에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작년보다 2.4% 증가, 3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해외여행자수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107%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여행소비액도 전년 대비 10% 늘어난 9,519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서서히 녹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의 소비심리 회복기미는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의 자동차메이커 도요타는 지난해말 고급 차종인 신형 크라운을 출시하면서 판매목표를 월 5,000대 정도로 잡았다. 하지만 실제 판매량은 월 1만대를 넘어 1∼3월에만 4만대가 넘는 기대초과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 판매대수(7만8,000대)의 절반이 넘는 실적이다. 더구나 차량구입층이 기업 아닌 개인고객이란 사실은 일본 내수의 소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당국도 내수 회복을 사실상 공식 선언했다. 일본은행은 9일 공개한 '4월 월례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일본경제는 계속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으며 내수가 점차 완연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이 내수에 대해 긍정적 판단을 내린 것은 96년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일본은행은 작년말부터 '경기의 점차적 회복'을 진단해왔지만, 내수에 대해선 회복언급을 하지 않았다.

실제 소매판매액은 자동차나 가전 등 내구성 소비재를 중심으로 1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백화점 등 대형소매점 매출도 2월엔 1.7% 증가로 반전됐다. 세탁기 냉장고 진공청소기 등 백색가전 제품의 경우 2월 판매액이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전반적 경기회복세가 완만하나마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일본의 소비개선 흐름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60세이상 고령층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 지난해 고령인구의 소비성향은 87.2%로 근로자 평균치(74%)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경기침체 장기화 과정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가 '넉넉한 고령층이 지갑을 닫았다'는 점임을 감안하면, 고령층의 소비지출확대는 경기개선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무직 고령층은 소비성향이 무려 12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드디어 저축을 헐어 소비를 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

소비심리 개선에 따라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도 서서히 탈출하는 분위기다. 13일 일본은행은 3월 도매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0.2% 상승, 44개월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쿄 도심부 상업지구의 공시지가도 지난해 0.4% 가량 올라 디플레이션의 핵심원인인 땅값도 서서히 오름세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심부에서 시작된 지가상승이 주변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 소비·경기의 완전회복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많다. 도매물가 상승의 일차적 원인이 국제원자재 가격상승과 공급 요인에 의한 것인 만큼 수요확대의 징후로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도매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종상품가격은 1.5% 가량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또다른 이유는 고용과 소득사정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 종신고용관행이 파견근로제나 파트타임제로 점차 대체되고 있고, 이로 인해 지난해 4·4분기 1인당 급여수준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일본정부가 국민 세부담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점도 소비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중 하나다.

일본의 내수는 분명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는 아주 더딜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성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