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총 이혼 건수는 16만7,100건으로 하루 평균 458쌍이 헤어졌다. 이는 전년도인 2002년의 14만5,300건보다 15%(2만1,800건) 증가한 것이다. 반면 혼인은 2003년 30만4,900건으로 하루 평균 835쌍이 결혼했다. 전년도의 30만6,600건보다 0.6%(1,700건) 감소한 수치다.이 통계에 따르면 결혼은 하루에 835쌍이 하는 반면 이혼은 하루에 458쌍이 하니까 '결혼하는 전국 모든 부부의 절반은 결국 이혼을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통계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도 밝혔듯이 2003년도 혼인 건수와 이혼 건수를 바로 비교하면 이 한 해 동안 혼인한 사람들 중에서 이혼한 건수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혼인 건수는 미혼자 중에서 2003년도 1년 동안 일어난 사건인 데 비해 이혼 건수는 2003년도 이전에 혼인한 모든 부부 중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따라서 2003년에 결혼한 사람이 2003년에 이혼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혼 연령은 분산되어 있는 반면 결혼 연령은 집중되어 있어 분자·분모를 구성하는 모집단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해 혼인과 이혼은 당해 연도 결혼 건수에 대한 전체 이혼 건수의 상대비율일 뿐 단순 비교는 적절치 못하다. 이 때문에 마치 결혼한 모든 부부의 절반이 결국 이혼한다는 식의 오해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통계를 오해하게 되면 역기능이 만만치가 않다. '두 쌍 중 한 쌍은 이혼이라는데 이 정도면 우리 집은 살 만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무심함이 있는가 하면 '남들도 다 하는 이혼 우리라고 못할 것 있나' 하는 이혼불감증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통계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고 해서 이혼율에 대한 위기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년에 14만5,000여건, 하루에 458쌍이 이혼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혼 증가율 또한 15%로 혼인율은 감소하는 반면, 이혼율은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목되는 점은 이혼 사유의 45.3%가 '성격 차이'이고 '경제 문제'가 16.4%, '가족 간 불화'가 13%라는 점이다. 경제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혼 사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성격 차이나 가족 불화는 조정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이혼 전 상담 의무화' 방침은 이처럼 조정 가능한 이혼 사유를 가급적 줄이기 위한 국가적 서비스다. 규제하고 억압하는 예전의 법과는 달리 국가가 성실한 상담자가 되어 조정 가능한 이혼을 예방한다면 이혼 후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과 개인적인 후회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혼과 가정 문제는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은 당연하다.
단 여성계 일각에서 우려하듯이 상담 자체를 국가 기관이 직접 맡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본다. 시행과 절차에 관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되 실제 상담은 수십년 동안 가정 문제를 다루어 온 각종 민간 상담기관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정의 해체를 막는 데 좀더 효과적인 방법이겠다.
같은 통계를 보더라도 해석은 달라질 수 있으나 이혼율 증가가 사실인 이상 진지한 진단과 적절한 실행이 필요하다. 결혼과 이혼에 관한 수치를 넘어 가정의 건강지수에 주목하는 통계 내용에 우리 사회가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송길원 건강가정시민연대 공동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