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시장 부진 해소, 소비 증가, 그리고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금리 인상의 전조들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미국 월가에서 잠시 사그러들었던 금리 조기 인상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당초 금리 인상 시기를 빨라야 연말께로 전망했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올 여름쯤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조기 금리 인상론에 기름을 부은 것은 14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 노동부의 소비자 물가지수(CPI).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의 척도로 주시하는 CPI는 휘발유와 항공료, 의류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0.5% 올랐다.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Core) 소비자 물가' 역시 0.4%나 상승해 2001년 11월 이후 2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치(CPI 0.3%, 근원 CPI 0.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여기에 3월 일자리 증가치가 전문가 예상의 두 배가 넘는 30만8,000개에 달해 고용 시장 부진도 해소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내수 지표인 3월 소매 판매 역시 1년 만에 가장 큰 폭인 1.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금리 조기 인상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는 CPI 지수 발표 직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현재 1%인 금리를 올해 9월과 12월 0.25% 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드류 매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잠잠하다면 고용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하더라도 금리 인상을 자제할 수 있겠지만 현재 인플레이션 상황을 감안할 때 당국이 선제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와초비아증권의 지나 마틴 이코노미스트는 한 발 더 나아가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당초 8월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봤으나 이번 CPI 지수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그 시기가 훨씬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중은 5월 4일 회의 결과 발표문을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6일 발표문에서 "신규 고용이 지체되고 있다"는 문구를 추가해 금리 인상 우려를 해소했지만, 최근의 경제 지표 변화에 다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도 금리 조기 인상 우려에 요동을 쳤다. 채권 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14일 장중 4.45%까지 치솟아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도 급속도로 회복돼 유로화 환율이 유로당 1.1938달러로 올들어 처음 1.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주식 시장에서도 금리 조기 인상 우려가 부각되면서 나스닥지수가 13∼14일 연일 2% 가까이 하락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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