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통계상 지표와는 달리 백화점이나 자동차 등 현장 경기는 여전히 썰렁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봄 정기세일을 하고 있는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가전제품의 특별소비세 인하 등을 적극 홍보하고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하고 있지만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져 울상을 짓고 있다. 값싼 소품류만 팔리고 있을 뿐 신사정장, 수입명품 등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봄 세일 기간(2∼13일) 매출이 지난해 세일에 비해 8.7%나 감소했다. 지난해 세일에 비해 8% 매출이 줄어든 현대백화점은 가전 제품의 특소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정용품 매출이 21%나 떨어졌다.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도 봄 세일기간 매출이 각각 7.8%, 3.8%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품류 잡화가 잘 팔리고, 신사정장이 안 팔린 것은 전형적인 불황기 현상"이라며 "소비 심리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애용하는 재래시장 경기도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유모(49·여)씨는 "값이 싼 T셔츠나 남방 종류만 일부 팔릴 뿐 정장류는 아예 나가지 않고, 지방 상인도 여전히 적다"며 "20년 장사를 하면서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자동차 내수시장도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특별소비세 20% 인하, 신차 출시, 각종 할인 등 겹치기 호재가 있어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달 1∼10일 6개 완성차 업체의 차량판매는 총 1만9,934대로 잇단 호재가 반영되기 전인 3월 동기대비 0.6% 느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달의 차량재고가 외환위기 직전 수준까지 상승했기 때문에 이 달 판매추세가 외환위기 때의 재고 수준을 넘어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업의 재고도 지난해 4·4분기 이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업 재고량을 표시하는 생산자 재고지수는 지난해 11월 110.0을 저점으로 연 3개월째 올라 2월 말 현재 116.5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기가 바닥권이었던 지난해 7월 113.6보다 높고,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1998년 2월 110.8보다도 높은 것이다. 특히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의 재고지수는 무려 167.6로 140대선이었던 외환 위기 당시나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도는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박일근기자ikpark@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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