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사상 최강의 여풍(女風)이 불어닥친다. 38명 이상의 여성 의원이 배지를 거머쥐고 등원할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전체 의석수의 약 12%에 해당하는 수치다.16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은 전체 5.6%인 16명에 그쳤고, 15대에선 겨우 2명(0.8%)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총선은 한국정치사에서 하나의 도약으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이 같은'우먼 파워'를 가능케 한 일등 공신은 각 당 비례대표 후보의 50%를 여성으로 배정키로 한 선거법. 28명의 여성이 이 제도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지역구에서의 전투를 거친 여성 후보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약 10명의 여성 후보들이 표밭 현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된 것도 처음이다. "유권자들이 부정부패와 비리로 점철된 남성 중심의 정치풍토에 싫증을 느낀 데다 여성 후보들의 자질도 역대 선거 중 가장 뛰어났다"는 분석이다.
우리당 한명숙 후보는 고양 일산 갑에서 5선인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와의 빅매치를 벌인 끝에 신승해 기세를 올렸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일산 을에서의 분투 끝에 3선에 성공해 한나라당 박근혜(대구 달성) 대표와 함께 17대 여성 의원 중 최다선에 올랐다. 여성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부산 연제에선 한나라당 김희정 당선자가 우리당 노혜경 시인을 눌렀다.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됐던 우리당 박영선, 한나라당 전여옥, 민주당 이승희 대변인 등 3당의 '입'들도 모두 뱃지를 달았다. 거물급 여성계 인사인 민주당의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과 한나라당의 이계경 여성신문사 명예회장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다.
경기 안성의 우리당 김선미 당선자는 고 심규섭 의원의 지역구를 이어 받았으며, 우리당 이경숙 전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남편인 같은당의 최규성 당선자와 함께 뱃지를 달았다. 서초갑의 이혜훈 당선자는 고 김태호 의원의 며느리. 이밖에 한나라당 전재희(경기 광명을) 의원과 우리당 조배숙(전북 익산을) 이미경(서울 은평 갑) 당선자 등이 각각의 지역구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인 끝에 승리의 브이자를 그렸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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