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7대 총선에서는 386세대로 1980년대 민주화투쟁을 주도했던 운동권 출신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일부는 민주화 운동 경력이라는 화려한 훈장을 배경으로 처음 제도권 정치인으로 진입하거나 재선에 성공한 반면 몇몇은 선거에서 고배를 마셔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87년 6월항쟁을 이끈 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을 맡았던 열린우리당 이인영(서울 구로갑) 후보는 여의도에 무난히 입성했다. 이 후보에 이어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2기 의장을 역임하며 2차례나 옥살이를 했던 오영식(서울 강북갑) 후보 역시 거물급인 한나라당 김원길 후보를 꺾고 금배지를 달게 됐다.
서울 노원갑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함승희 현 의원을 꺾고 당선된 정봉주 후보는 한국외국어대 학원민주화추진위원회 회장으로 학생운동을 주도한 인물. 집시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그는 졸업 후 재야 민주화단체를 망라한 전국민족민주운동협의회(전민련) 편집기획 차장을 지내는 등 재야운동권에서 오래 활약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열린우리당 김영춘(서울 광진갑) 후보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송영길(인천 계양을) 후보는 나란히 재선에 성공했다.
전대협 3기 의장으로, 89년 임수경씨를 전대협 대표로 북한에 파견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 임종석(서울 성동을) 열린우리당 의원도 무난히 2선에 성공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철퇴를 맞은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386세대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민주당 김민석(서울 영등포갑) 후보.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버리고 정몽준 캠프(국민통합21)에 합류하면서 달게 된 '철새 정치인'이란 꼬리표를 떨쳐내는 데 실패했다. 그는 재기에 실패하면서 정치생명에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됐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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