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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배 2004 프로야구/박종호 "디마지오 56"도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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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배 2004 프로야구/박종호 "디마지오 56"도 깬다

입력
2004.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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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지오 나와!"브레이크 없는 박종호(31·삼성)의 방망이가 마침내 역사를 바꿨다. 15일 날린 박종호의 34경기 연속 안타는 4반세기 동안 철옹성이던 일본의 벽을 무너뜨린 쾌거였다.

이날 2004프로야구 LG―삼성전이 열린 대구구장은 경기시작 전부터 새로운 영웅 탄생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다. 1회 말 무사 3루 드디어 박종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박종호!"를 열광하는 팬들의 성원이 부담이 될 만도 한데 박종호는 오로지 마운드에 선 LG 선발 우완 장문석만 노려봤다.

1구 볼, 2구 볼… '정면승부를 피하는 것일까?' 순간 140㎞짜리 직구가 날아왔다. 먹이를 쫓는 매처럼 돌아간 박종호의 방망이에 맞아 한번 튄 공은 투수 키를 넘기고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평범한 단타였지만 이것은 역사를 만든 안타였다.

전광판 위로 3,400개의 풍선이 오르는 사이 1루 베이스를 밟은 박종호는 감격의 미소를 지었다. 깨질 것 같지 않던 다카하시 요시히코(1979년·히로시마 카프)의 연속경기안타 아시아 기록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묵묵히 그러나 쉬지않고 달려온 길이었다. 지난해 8월 29일 두산전에서 현대 유니폼을 입은 박종호가 7회 5번째 타석에서 두산 이재영에게 좌전안타를 뽑을 때만 해도 누구 하나 눈여겨보지 않았다. 화려한 플레이도 쇼맨십도 없는 그는 오직 성실함으로 그 해 9월29일 광주 기아전까지 23경기 연속안타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 중 11경기가 좌·우타석을 오가며 친 '멀티히트'였지만 나머지 12경기는 겨우 1안타씩 뽑으며 한발한발 전진했다.

부담 속에 위기가 오는 법. 삼성으로 이적한 올 시즌엔 고비가 여러 차례 엄습했다. 9일 한화전에선 본인 역시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고백할 만큼 볼넷과 중견수 플라이, 유격수 쪽 병살타로 헤매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가까스로 중전안타를 뽑았다. 11일 롯데 박정태와 31경기 연속안타로 타이를 이룰 때도 4회까지 세 번의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었다.

아시아 기록을 깬 지금 주위의 욕심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내친 김에 1941년 뉴욕 양키스 조 디마지오가 세운 56경기 연속안타도 뛰어넘으라는 것. 하지만 본인은 오히려 덤덤하다. "욕심을 부리면 흔들린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내겐 기록보다 소중하다. 자만하지 않고 성실하게 뛰겠다." 박종호의 기록이 더 빛나는 이유다. 하지만 팀은 LG에 2―5로 졌다.

한편 기아는 마해영 홍세완 박재홍 등 3타자 연속 홈런포를 가동해 SK를 7―3으로 물리쳤고, '예비홈런왕' 심정수가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한 현대는 롯데를 4―0으로 누르고 6연승을 달렸다. 잠실에선 한화가 두산을 4―3으로 이겼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박종호는 누구

"꽃보다 아름답게 핀 잡초."

1992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1,200만원으로 LG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박종호는 대형 신인 꽃 더미에 낀 잡초였다. 하지만 자신을 스위치히터로 키운 김용달 코치와의 만남은 그에겐 '인생역전'이었다.

무명시절 그를 키운 건 8할이 연습이었다. '연습벌레'로 소문날 만큼 '너무' 성실하다는 게 그를 지켜본 지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삼성 김응용 감독조차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박종호처럼 성실한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칭찬할 정도다.

대기록 작성의 주춧돌이 된 스위치히터로의 변신도 몸에 밴 우타자 타격 폼을 낯선 좌타석에 적용한 그의 땀방울 덕이다. 바깥쪽 낮은 공은 결대로 밀어치고 몸쪽 낮은 공은 끌어 치는 방법을 터득했고 남다른 선구안도 길렀다.

연습을 발판으로 프로데뷔 이듬해 타율 2할6푼3리로 상승세를 타더니 94년엔 335타수 87안타(2할6푼) 6홈런을 기록하며 LG의 두 번째 우승에 기여한 공로로 2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95∼97년엔 군복무에 부상까지 겹쳐 98년 현대로 트레이드 됐고 성적도 보잘 것 없었다. 이때 그의 재기를 도와준 사람이 김용달 코치였다.

현대가 우승한 2000년엔 441타수(121경기) 150안타(타율 3할4푼) 10홈런으로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지난해엔 502타수 147안타(2할9푼3리) 6홈런을 올려 11월 4년간 22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에 둥지를 틀었다.

박종호는 경기 후 "오늘은 낮 경기라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장문석 선수가 정면승부를 했고 나 또한 초반에 적극적으로 공략해 기록을 깬 것 같다. 세계신기록보단 열심히 해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사랑하는 가족과 김용달 코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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