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은씨가 최근 재출간한 '한용운 평전'이 만해 한용운(1879∼1944)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계간 '불교평론' 2004년 봄 호는 '고은의 만해론을 비판한다'라는 제목의 논단을 통해 "고은씨가 평전이라는 이름으로 만해의 불교정신과 독립운동, 문학세계를 짓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용운 평전'은 제1회 만해시문학상을 수상했고, 만해축전대회장을 맡아온 고은씨가 만해의 입적 60주기를 맞아 1975년 처음 출판했고, 2000년 고려원에서 재출간했으며, 올해 2월 향연출판사에서 다시 나왔다.
고은씨는 이 책에서 "'님의 침묵'은 어떤 의미에서 시가 아니다… 모든 암시의 힘을 믿지 않는 사설체의 요설로 넘쳐 흐르고 있다"고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또 "한용운은 최남선의 (기미독립)선언서 원안을 싫어했다. 그것은 명백한 시기심 때문이었다"며 최남선에 대한 만해의 콤플렉스를 꼬집고 "그는 사랑을 가진 일이 없다. 대중을 이용했으며 그런 대중을 극단적으로 모멸했다"고 지적했다. 만해가 심혈을 기울인 '유심'에 대해서도 "공허한 배설물인 논설과 수필"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논단을 쓴 이재형(법보신문 편집국 차장)씨는 "고은씨는 만해를 정치적인 선동가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이 책은 만해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되자 고은씨는 "마음 속으로라도 만해를 폄하한 적은 없다"며 "만해가 훌륭한 애국자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완벽한 인간으로만 그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 인간적 한계를 드러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경희대 국문과 교수도 "평전에 만해를 곡해한 부분이 있고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대목도 일부 있지만 전체적으로 만해를 고의적으로 깎아내리려 하고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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