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취임 이후 3번째로 가진 황금시간대 기자회견을 이라크 정책과 9·11 테러 대응의 정당성을 변호하는 기회로 삼았다. 이라크의 정책의 실책과 9·11 테러 전후 정부 대응의 실수를 따지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조금의 과오도 실수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부시 대통령은 미국인들과 세계 앞에 자신을 강력한 지도자로 보이도록 하고 미국의 '도덕적 임무'를 상기하는 데 1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미군의 이라크 군정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국가로서 자유를 전파할 의무"를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아랍권의 반발을 예상, '십자군'이란 표현은 자제했지만 사실상 그렇게 묘사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그렇기에 실패는 미국의 선택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이라크 상황을 베트남 전쟁에 비유하는 것은 "잘못된 유추"일 뿐 미군이 저항세력에 떠밀려 이라크 땅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다짐도 보였다. 6월30일 이라크 국민으로의 주권 이양도 예정대로 이뤄질 것임을 재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이라크 저항세력을 사담 후세인 추종자들과 이슬람 반군 제3국 테러리스트 불법적인 시아파 민병대라고 규정하면서 "현 이라크 상황은 내전도 아니고 국민 전체의 봉기도 아니다"고 강변했다. 9·11 테러 대응에 대해서도 "우리는 전쟁 상태에 있지 않았지만 적들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해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11월 대선전략과 맞닿아 있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진로를 바꾸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표의 결속을 다지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전략은 제시하지 않은 채 기존 정책에만 매달리는 고집스러움을 보인 데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부시와 겨룰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은 즉각 성명을 내고 "부시는 미군들을 크나큰 위험으로 몰고 간 정책에 매달리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며 유권자들의 반 부시 정서를 자극했다.
톰 로센스틸 콜럼비아 대학 교수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부시는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했지만 그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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