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삼성)의 안타행진이 거칠 것이 없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아시아 신기록이다.1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04 프로야구 LG와의 홈경기. 연속 안타 행진 여부에 조바심을 태우던 홈팬들을 위해 박종호는 첫 타석부터 시원한 중전안타를 선사했다. LG 선발투수는 차세대 에이스인 좌완 이승호. 전날 우완 김광삼을 상대할 때는 왼쪽 타석에서 한국 신기록을 만들어냈던 스위치히터 박종호는 이번에는 오른쪽 타석을 선택했다.
1회1사 볼카운트 0―1 상황에서 이승호의 2구째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박종호의 방망이가 어김없이 허공을 갈랐다. 안타를 확인하고 1루 베이스를 밟으면서 주먹을 불끈 쥔 박종호의 얼굴에는 신기록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가 내비쳤다. 일본 프로야구 다카하시 요시히코(1979년 히로시마) 이후 25년간 아무도 밟아보지 못했던 33경기 연속 안타의 '성지(聖地)'에 또 하나의 족적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15일 LG와의 3차전(선발 우완 장문석)에서 안타 1개만 더 추가한다면 박종호는 아시아 프로 야구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 젖히게 된다. 메이저리그 기록은 1941년 조 디마지오(뉴욕 양키스)가 세운 56경기.
'33연발탄'을 쏘아올린 박종호의 타격감이 절정에 올라 있다는 점이 신기록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 시즌 박승호는 좌완 우완은 물론 어떤 구질, 어떤 코스의 볼이라도 동물적인 반사감각으로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히 '안타머신'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기량이다. 박종호는 두번째 타석인 3회1사에도 볼카운트 1―2에서 또 다시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박종호는 이날 6이닝 동안 4피안타에 탈삼진을 11개나 잡아내는 괴력을 보인 이승호를 상대로 이날 삼성타자로는 유일하게 2개의 안타를 쳤다.
그러나 경기는 LG의 몫이엇다. LG는 박종호의 연속 안타 신기록 행진에 연일 들러리를 선 데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이병규의 시즌 3호 솔로 홈런을 포함, 장단 10안타를 몰아쳐 삼성을 7―0으로 대파했다.
수원에서는 8과 3분의1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솎아내며 7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정민태의 완벽투를 앞세운 현대가 롯데를 3―0으로 물리치며 5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롯데는 4연승 이후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한화를 5―1로 물리쳤고 인천에서는 기아가 SK를 7―2로 따돌렸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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