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보나, 비용을 보나 기업들의 중국 투자는 불가피하다. 한국 경제가 그나마 버티는 것도 중국 수출이 워낙 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도, 수출도 이런 식으로 중국 일변도로 가다가는 국가 경제는 그만큼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하면서 한국경제가 '중국 리스크'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국내 수출구조의 문제점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의존도 심화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달리는 자전거' 중국이 비틀거리기라도 한다면 그 위기는 한국에 그대로 전가되고, 중국경제가 지금보다 더 '쌩쌩' 달린다 하더라도 지금의 대 중국 수출 호황은 머지않아 역풍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무역협회가 내놓은 '수출호조의 원인과 불안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올 1·4분기 우리나라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5%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기록, 사실상 중국 수출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다. 반면 미국 비중은 17.7%에서 15.5%로, 아세안은 10.4%에서 9.6%로 줄었다.
그러나 중국 수출의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의 절반 이상이 저가 범용품 생산에 사용되는 중간 투입재"라며 "중국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선진 경제의 비중이 축소될수록 신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은 감소하고,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은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분기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9% 늘어나, 199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1분기 29.0%)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또한 장밋빛 징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수출입은행 베이징사무소 전선종 차장은 "중국 기업들의 중간재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무역 역조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무협이 올 초 "향후 4∼5년 내 중국이 반도체·석유화학 등에서 수입대체에 성공, 2011년부터는 한국의 대 중국 교역이 적자로 반전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해외투자의 '중국 쏠림' 현상은 수출보다 훨씬 더 하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총 해외투자액(34억7,700만달러)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2억8,700만 달러가 중국으로 투자됐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투자 비중은 1999∼2001년까지는 10%를 약간 웃돌았지만, 지난해 37%까지 높아졌다. 중국에 대한 과잉집중으로 다른 나라 투자는 사실상 정체 혹은 뒷걸음 상태다. 특히 동유럽의 가입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유럽연합(EU) 투자는 지난해 무려 71%나 감소한 1억5,700만달러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쏠림의 리스크'는 수출보다 투자가 더 크다고 경고한다. 중국경제가 급속한 위축되는 상황이 빚어지면 수출 피해는 미수금 정도에 그치지만 투자는 자칫 돈을 몽땅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손쉬운 중국만 선택해 유럽 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개척경쟁에서 경쟁국에 뒤처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OTRA 상하이 무역관 박한진 차장은 "중국 현지기업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한국 진출기업들의 채산성도 예전 같지 않다"며 "러시아·인도·중동 등으로 시장을 다각화하고, 중국 수출도 고도화하는 것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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